마당에 식물공장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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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식물공장이 필요할까

다가오는 미래, 우리가 맞이할 식량 위기

늘어나는 인구, 부족해지는 식량

미래 식량난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심 문제로 꼽힌다. 유엔(UN)의 2017년 세계인구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76억 명인 세계인구는 2030년 86억 명, 2050년 98억 명을 돌파, 2100년까지 112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UN 보고서는 “2050년까지 인구가 98억 명으로 증가하면 식량 70%가 더 필요하지만, 식량은 매년 최대 1.75%가량 늘어나는데 그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식량 중에서도 농작물인 채소ㆍ과일의 수요 증가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의 2017년 세계 식량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지수가 2010년 1.0에서 2050년 1.3으로 증가하는 동안 전 세계 채소ㆍ과일 수요량 지수는 2050년 1.9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50년 고기ㆍ유제품(1.6), 곡류(1.5) 예측 수요량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채소ㆍ과일 수요 증가세가 가파르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홍수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농작물 생산량은 오히려 줄고 있다. 다보스포럼을 운영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은 지구 온난화, 도시화에 따른 이상기후 발생이 작물의 생장에 큰 피해를 주면서 농작물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1인당 식량 수요 예측량을 대륙별로 보더라도 향후 과일ㆍ채소 수요 급증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북아메리카의 1인당 식량 수요량이 2050년까지 변동이 없는 것과 달리, 개발도상국의 과일ㆍ채소 수요는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아시아의 과일ㆍ채소 1인당(하루 소모 칼로리) 수요 예측량은 2010년 105㎉에서 2050년 329㎉로 3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거의 변동이 없는 곡류와 1.5배 커지는 고기ㆍ유제품ㆍ알류의 같은 시기 증가폭보다 훨씬 크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경우에도 과일ㆍ채소 수요량은 2010년 154㎉에서 2050년 266㎉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의 지역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과일ㆍ채소의 공급을 늘릴 수 있을까. 물류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전 세계 곳곳에서는 작물 수송이 필요 없는 식물공장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전통농업을 대체할 수직농업

여러 전문가들은 현재의 식량 생산 체계가 위험하며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푸드테크 기업 ‘임파서블 푸드’의 닉 할라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해 12월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급증하는 인구와 식량 생산에 쓰이는 자원 소비량은 환경을 회복불능 수준에 빠뜨릴 정도로 파괴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비효율적인 식량 생산 체계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수직농장협회(AVF)에 따르면 식량을 오염시키는 주요 요인 중 1위는 농약 13.5%이다. 이어 살모넬라균 11.5%, 곰팡이 독 7.1% 순이다. 농약은 지구 토양을 급격히 오염시키는 중이다. 전 세계 전통농업에 사용되는 농약 규모는 235만t에 이르지만, 농약의 효율은 0.1% 수준이다. 목표 해충에 도달하는 살충제는 0.1%에 불과하고, 나머지 99.9%는 땅으로 흘러들어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재의 농업에서는 이동 과정에서 유출되는 물의 양도 많다. 전 세계 농업에 사용되는 담수 중 50~80%가 증발, 유출 등의 영향으로 사라진다. 또 전통농업에서는 장거리 수송으로 화석연료 소비와 영양 손실이 크다. 평균적으로 식량은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2400~4000㎞를 이동한다. 미국의 언론 매체 복스(Vox)에 따르면 미국에서 포도, 딸기, 상추 등이 보통 2주간 트럭에 실려 3200㎞를 이동하면서 영양분의 45%가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채소와 과일은 고유의 향과 식감, 과즙의 풍미도 제 모습을 잃어버린다.

밀폐된 공간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해 빛, 온도, 습도 등을 인공으로 제어하는 도심형 인도어팜(Indoor Farm, 실내농장)이 미래 식량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도심형 인도어팜은 무농약과 수송거리 단축, 물 사용 절감, 높은 생산성 등 많은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수직농장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한 딕슨 데스포미어 컬럼비아대 교수는 생물이 들어오지 못하는 밀폐된 구조의 인도어팜은 환경과 경제적 측면에서 이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딕슨 교수는 “실내농장에서는 살충제와 제초제를 전혀 사용할 필요가 없으며, 작물이 병균에 오염될 가능성도 낮다”면서 “장거리 수송 없이 소비지 인근에서 재배할 수 있어 품질이 신선하게 유지된다”고 밝혔다.

전통농업에서는 심어진 작물 중 절반이 수확되지 못하지만, 실내농업에서는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아 심어진 작물 중 90%가 수확되고 품질이 균일하게 유지된다. 특히 수경 복합재배나 분무식 수경재배를 통해 현재 농업에 사용되는 담수의 70~95%만 있으면 재배가 가능하다.

이런 많은 장점으로 인해 도심형 실내농업 시장은 더욱 성장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세계 실내농장 시장규모는 2016년 90억달러(약 10조원)에서 2022년 184억달러(약 20조원)로 두 배 증가할 전망이다.

민상식 기자/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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