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인물은 피터 웹이다. 그는 파나소닉 자회사인 냉동시스템 제조사 허스만에서 비즈니스 개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고 있다. 동시에 그는 신생 스타트업 마스팜(marsfarm)의 CEO기도 하다. 마스팜은 PFC를 개발하고 연구한다. PFC는 퍼스널푸드컴퓨터의 약자다. 개인용 PC에서 상추 등 잎채소를 기르는 것이다. 피터 웹 옆에 있는 것이 그가 만든 PFC다. 모든 장비는 아마존에서 구입했다. 단돈 300달러에.

이 사진은 어반스페이스팜의 창업자 조 오브라이언과 그가 만든 PFC다. 오브라이언은 자신의 집 지하실에서 PFC를 만들고 연구한다. 그는 전자공학자 출신으로 웹개발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PFC 안에서는 바질 등을 키우고 있다. 기자가 방문했던 날 그는 PFC에 바질 씨앗을 심었다. 오브라이언과 공동 창업한 짐 벨은 환경과 수질을 연구하는 화공학자 출신이다.

세인트루이스에는 거대 글로벌 농업 기업 몬산토가 있다. 작년 순매출액만 146억달러, 우리 돈으로 16조7000억원 수준이다.

이런 몬산토의 본사가 세인트루이스에 있다는 것만으로 이 지역에서 농업은 늘 주요 관심사였다. 거대 기업은 세인트루이스에서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몬산토에서 근무하는 것을 보고 자랐다. 피터 웹의 아버지도 몬산토에서 근무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농업 관련 벤처, 스타트업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마스팜, 어반스페이스팜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들이 농업에 뛰어든 방식이 아버지 세대와는 다르다. 이들은 컴퓨터공학, 전자공학, 환경공학 등 엔지니어링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농업을 준비하고 있다. 컴퓨터로 혁신을 일군 故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처럼 ‘너드’를 꿈꾼다. 그래서 이들을 ‘너드파머’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스팜은 고등학교 정식 커리큘럼에서 PFC가 하나의 교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 세인트루이스는 작년 STEM이란 교육 시스템을 법제화했다. STE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엔지니어링(Engineering), 수학(Mathmatics) 등 4개 과목을 가리킨다. 세인트루이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선 이들 과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피터 웹은 “주정부에서도 앞으로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미리부터 학생들에게 관련 교육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향후 PFC가 정식 교육과정에 채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PFC에 관련된 센서, 코딩, 전자공학 등이 교육용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와 관련 현지 고등학교 선생들과 PFC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어반스페이스팜은 2대의 PFC를 갖추고 있다. 한대는 MVP다. 보급형으로 제작비용은 300달러다. V2는 4000달러에 달한다. V2는 센서와 컴퓨팅 장치가 보다 고도화된 장치다.

전자공학자와 화학자가 만나 공동으로 설립한 어반스페이스팜은 현재 인도어팜(실내농장) 사업을 하려는 업체에 컨설팅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이 업체는 식료품 가게에 인도어팜을 설치할 예정이다. 어반스페이스팜이 PFC를 제작하며 쌓은 노하우를 컨설팅으로 전수하는 식이다.

이처럼 세인트루이스에는 기술을 기반으로 농업을 연구하는 기업활동이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이언스센터뿐만 아니라 도날드 댄포스 플랜트 사이언스 센터에서는 각 기업들이 출자한 기금으로 농업 관련 기술이 연구 중이다.

글로벌 농업 기업, 지역 커뮤니티, 교육기관 여기에 활성화되는 벤처 및 스타트업까지 나서면서 세인트루이스에서는 뉴어그(New Agriculture) 물결이 확산되고 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