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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위스 비밀계좌는 ‘용의 몸통’...한국인은?
스위스의 한 은행간부가 위키리크스에 넘긴 ‘은밀한 거래’에 전 세계 정·재계 유력 인사들이 떨고 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율리시스 바에르’ 은행의 케이맨군도 지점에서 일했던 루돌프 엘메르가 예고대로 17일 영국 런던의 프런트라인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0여명의 고객 비밀정보가 담긴 CD 2장을 위키리크스에 넘겼다. 이 자리에는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도 함께 했다.

엘메르는 “맨 처음 케이먼 군도에서 이 사실을 알았을 때 그건 마치 ‘쥐꼬리’(mouse tail)같았다. 그러나 계속 들여다볼 수록 그건 점차 ‘용꼬리’(dragon‘s tail)처럼 커졌고 마침내 ‘머리 여럿 달린 용’(many-headed dragon)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1990년부터 2009년까지 3개의 금융기관과 거래한 2000여명에는 다국적 기업, 헤지펀드, 억만장자 등은 물론 정치인도 40명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위키리크스의 폭로가 가져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엘메르는 이날 자신을 활동가, 개혁가, 은행가라고 소개하며 “나는 무언가 잘못됐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돈을 빼돌리며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 사회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위키리크스가 없었다면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위키리크스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엘메르는 “처음 탈세 같은 비밀거래를 알았을 때 조세 전문가나 대학들과 접촉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며 “거의 포기하려고 했을 때 누군가 위키리크스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엘메르는 “위키리크스를 나 자신의 변론을 위해 방패막이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7년 한 차례 위키리크스에 고객 명단을 넘긴 적이 있다. 이 때문에 금융비밀위반 혐의로 오는 19일 스위스 취리히 지방 법원에 출두할 예정이다.

한편 위키리크스는 당장 넘겨받은 문서를 공개하기보다는 분석 및 확인 작업을 거친 뒤 “몇 주 안에 공개할 예정”이다. 때문에 이번 폭로가 ‘검은 용의 몸통’이 낱낱이 파헤쳐지는 계기가 될지 ‘용두사미’로 끝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우영 기자 @kwy21>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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