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제 전후 금리인상 전망
국제증시·유가등 하락
중국발 ‘긴축 경계경보’가 울리면서 세계 시장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20일 발표된 중국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예상치를 상회하며 추가 긴축조치가 전망됨에 따라 국제 증시, 유가, 금값이 일제히 하락하며 요동쳤다. 혹한과 춘제(春節ㆍ설) 수요 증가로 식품가격 상승이 점쳐지고, 연초부터 최저임금 인상 도미노가 이어지면서 향후 물가 안정도 비관적이다.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0.3%를 기록해 3년 만에 두 자릿수로 복귀했다. 지난해 4분기 증가율은 예상치였던 9.3%를 훌쩍 넘겨 9.8%로 전분기(9.6%)보다 소폭 높아졌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3%에 달해 목표치인 3%를 넘어섰다. 12월 CPI는 4.6%로 전달(5.1%)보다 비록 0.5%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고공 행진을 보였다.
▶국제시장 출렁=중국의 추가 긴축 우려가 고조되면서 미국 증시는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기업 실적이 일부 호전됐는데도 이틀째 하락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49포인트(0.02%) 내린 1만1822.80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는 1.66포인트(0.13%) 하락한 1280.26으로 마감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21.07포인트(0.77%) 내린 2704.29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미국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40만4000명으로 전주에 비해 3만7000명 줄었고,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4분기 순익이 35% 증가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순익을 냈다. 하지만 중국이 과열을 식히기 위해 추가 긴축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우려가 미국 증시 하락을 이끌었다.
유가도 예외가 아니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2달러(2.2%) 하락한 배럴당 88.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2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1.58달러(1.6%) 내린 배럴당 96.58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중국이 긴축조치를 취하면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스트래티직 에너지 앤 이코노미 리서치의 마이클 린치 회장은 “중국이 물가를 잡고 성장률을 낮추기 위해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며 “중국의 움직임은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석유 수요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값도 2개월래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전날대비 온스당 23.7달러, 1.7% 내린 1346.5달러로 거래를 끝냈다. 장중에는 1342.4달러까지 추락했다. 마감가는 지난해 11월17일 이후 최저치다.
▶금리 춘제 전 인상?=중국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지난해 두 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올 연초를 포함해 1년새 일곱 차례의 지급준비율 인상을 했다.
하지만 물가가 잡히지 않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예상보다 빨리 금리 인상이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르면 춘제 전후가 될 것으로 이들은 내다봤다. 핑안(平安)증권 거시경제담당 쑨팡훙(孫方紅)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준율을 계속 올릴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 대중화권 마쥔(馬駿)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5%에 달할 것”이라면서 중국 금융당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외에 가격 통제 범위도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초 식료품, 농업용 원료, 에너지 및 일부 원자재까지 정부의 통제권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올해 물가 전망은 밝지 않다. 마젠탕(馬建堂) 국가통계국 국장도 대내적으로는 지난 2년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통화공급량이 급증했고 임금과 땅값이 상승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세계 주요 곡창지대가 재해를 입으면서 생산이 줄고 곡물 투기도 기승을 부리며 국제 농산물 가격도 크게 올랐음을 상기시켰다.
연초부터 최저 임금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베이징(北京)은 새해 들어 최저임금을 20.8% 인상했으며 충칭(重慶)시와 장쑤(江蘇)성도 최저임금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제조업 중심지인 광둥(廣東)성은 오는 3월부터 최저임금을 18.6% 인상하기로 하는 등 임금 인상까지 가세해 인플레이션을 압박하고 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