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1일(현지시간) 오후 나흘간의 미국 국빈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길에 오름에 따라 역사적인 미ㆍ중 양국의 만남이 막을 내렸다. 이번 회담은 중국의 부상 이후 명실상부한 ‘G2 시대’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두 슈퍼파워는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이 긍정적이며 건설적인 ‘동반자 관계’ 구축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공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450억 달러 규모의 무역ㆍ투자 계약이란 실리를 얻었고 중국은 미국의 극진한 대접 속에 성공적인 G2 신고식을 치렀다는 평가다.
▶美, 경제적 실리ㆍ북핵 협조 수확=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북핵, 이란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 중국의 협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백악관은 21일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이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데 대해 거듭 환영의 뜻을 밝혔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북한이 갖고 있는 UEP과 이를 다루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담은 (공동) 성명을 중국이 처음으로 인정한 데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ㆍ북한 간 대화시작에 만족해 한다”고 남북 고위급군사회담 합의를 환영했다.
중국으로부터 450억 달러 규모의 무역ㆍ투자 계약을 얻어낸 것도 큰 성과다. 이번 미국 방문 길에 앞서 중국은 보잉사로부터 항공기 200대를 구매하기로 하는 등 선물 보따리를 내놨다. 또 후 주석 방미 일정 마지막 날인 21일 중국은 미국의 대중 수출액을 2000만 달러로 늘리자고 제안, 위안화 절상 등 까다로운 이슈를 무역증진으로 피해가는 복안을 내놓기도 했다. 같은 날 세계최대 은행인 중국 궁상(工商)은행은 중국 국영은행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소매금융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中, 성공적 G2 신고식 치러=중국은 미국의 심장부에서 성공적으로 G2 신고식을 치러낸 것이 최대의 수확으로 평가받고 있다. 워싱턴에 오성홍기(五星紅旗)가 휘날리는 가운데 중국 정상으로는 14년 만에 국빈 방문한 후 주석은 미국의 특급의전을 받으며 슈퍼파워의 위상을 세계에 과시했다. 후 주석은 방미의 마지막 일정을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미 중서부 경제 중심지인 시카고로 정했다. 미국 언론은 “후 주석이 중국어를 가르치는 학교를 찾는 등 역대 중국 지도자 가운데는 드물게 소탈한 면모를 보여주었다”며 호평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미국과 대등한 입장의 자국을 묘사하는 데 열을 올렸다. 차이나데일리는 21일 후 주석의 방미로 “(미ㆍ중) 관계의 새 장”이 열렸다고 평가했으며 신화통신은 이번 방미가 “역사적인 절묘한 활동”이었다고 치켜세웠다. 런민일보도 양국 정상이 공동성명에 서명하자 “역사가 이 특별한 날을 기억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인권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등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미국 역시 경제에 밀려 인권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