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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광재 날리고 박진 살리고...'與선처 野엄단' 논란
대법원이 27일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이광재 강원도지사 등 거물 6명에 대한 선고한 상고심 판결의 하이라이트는 이 지사와 서갑원 민주당 의원이 각각 도지사직과 의원직을 잃게 됐다는 점이다. 

총 21명의 정·재계 인사가 연루된 게이트에서 ‘박연차의 입’을 통해 상당수가 유죄판결을 받은 데서 이 지사와 서 의원은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박진 한나라당 의원과 이상철 전 서울시정무부시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정치생명을 이어가거나(박진 의원), 무죄가 확정돼 재판부마다 박 전 회장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 판단은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 전 회장은 원심 판결의 유죄 부분을 다시 판단하라며 파기환송돼 최종 형량이 결정되기까진 좀 더 기다려야 하고,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은 실형(징역 5년에 추징금 51억여원)이 확정됐다.

해외체류중 미화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는 이광재 지사나 박진의원이나 비슷했지만 이 지사는 사법적 그물에 걸려들고 만 셈이다. 이번 판결은 여당선처 야당엄단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일견 사법부의 판단처럼 보이지만 ‘밥상’을 차려주는 검찰의 몫도 있기에 일부 불만은 사법부와 검찰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정치생명 위기 이광재와 서갑원=이광재 지사 사건의 주심을 맡은 대법원 3부의 박시환 대법관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어서 이날 판결이 이 지사에게 유리한 쪽으로 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있었지만, 완전히 빗나갔다. 이 지사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14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 이 지사에겐 일말의 희망이 있었다. 2004년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사돈에게서 1000만원을 받고 2004~08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서 6차례에 걸쳐 총 14만달러와 2000만원을 받는 등 7개 혐의로 기소됐지만, 앞선 1·2심을 거치며 형량이 줄어들었기 때문. 징역 8월에 집행유예2년, 추징금 1억4800만원(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1400만원(2심)으로 낮아진 데다 박 전 회장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면 도지사직을 유지할 만큼의 형량까지 낮출 수 있으리라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 지사는 이에 따라 취임 7개월만에 도지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앞서 이 지사는 재판이 진행 중이던 작년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지만, 당선 직후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7월 초 도지사 취임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됐다. 하지만 직무정지 두달 만인 작년 9월 초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직무를 확정 판결 전에 정지시키는 지방자치법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서갑원 민주당 의원도 ‘박연차의 입’에 속수무책이 됐다. 대법원 1부가 벌금 1200만원과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

서 의원은 2006년 5월 경남 김해시 정산 C.C 클럽하우스 앞에서 박 전 회장으로부터 직접 5000만원을, 2006년 7월 미국 뉴욕 한인식당에서 박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식당 사장으로부터 미화 2만달러를, 2008년 3월 박 전 회장의 돈 1000만원을 차명으로 후원계좌에 입금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박진·이상철, ‘박연차의 입’에서 살아나다=박진 의원과 이상철 전 서울시정무부시장은 오락가락하는 박 전 회장의 진술 덕분에 살아났다. 박 의원은 박 전 회장에게서 2만달러와 법정 기부한도를 초과해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300만원, 추징금 230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가, 항소심에서 2만달러 수수 혐의가 무죄로 인정되면서 벌금 80만원으로 감액됐는데 이 이날 판결이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이상철 전 서울부시장도 언론인 시절 박 전 회장에게서 부정한 청탁과 함께 2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게 확정됐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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