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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자원전쟁>阿 ‘검은황금’ 쟁탈전…글로벌 400개 기업 영혼 걸고 뛴다
아프리카
원유매장량 1143억 배럴 세계 3위

백금의 90%·망간 80%등 매장

호주·캐나다 400여개 기업 활동


中, 정부·은행 협력‘기득권’확보

인도·브라질 M&A 다크호스로


포스코, DR콩고 구리광산 투자

국내 기업들도 잇단 진출 러시


[루안다(앙골라)ㆍ요하네스버그(남아공)ㆍ마푸토(모잠비크)=한지숙 기자] “아프리카에서 자원 전쟁은 2~3년 전 대형 선발(시니어) 기업들을 중심으로 벌어졌지만 지금은 중소 후발(주니어) 기업들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 호주, 캐나다계 자본의 400여개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남아 있는 지역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만난 피터 폰 클렘퍼러 스탠더드뱅크 광산광물 담당 이사의 말이다. 현지에서 만난 자원 관련 기업과 투자은행, 연구기관 종사자들은 하나같이 앞으로도 원유, 가스, 광물 가격은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자원 매장이 확인되지 않은 지역도 많아 아프리카 시장은 상상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아공의 한 중소 광물 개발업체 사장은 “한국이 왜 광산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유를 되묻기까지 했다. 

▶검은 아프리카는 이미 전쟁터
=사하라 이남 ‘블랙 아프리카’에선 내전의 총성이 사라진 자리에 자원을 확보하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세계 각국 기업들이 또 다른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자원 개발→SOC 투자→소매 시장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제 발전 단계에서 이제 막 첫 발걸음을 뗀 이들 국가가 브릭스(BRICs)를 잇는 지구상의 마지막 신흥경제권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경제의 기초는 자원 개발에서 시작된다. 아프리카는 원유 매장량 1143억배럴로 세계 3위며, 백금의 90%, 망간의 80% 등 세계 광물 자원의 3분의 1이 묻혀 있는 거대한 대륙이다. 2008년 석유와 광물 자원 가격 폭등을 경험한 세계 메이저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선진 기업들은 광산과 광구 등 자원 개발 권리를 사들인 대가로 해당 국가 정부에 도로, 항구, 운수 등 자원 운송에 필요한 인프라를 지어주고, 현지인을 고용하고 기술을 전수해준다. 이러한 도로 항만 등 물류 거점 주변의 도시 경제는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산유국의 경우 오일 머니가 유입되면서 수입증가율은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새로운 소비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 이어 역내 2위 산유국 앙골라에서 정부와 공기업 고위층의 소비수준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저축보다는 과시와 사치를 즐기는 국민성이 더해져 한국산 가전제품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점포에 진열하기 바쁘게 속속 팔려나간다. 한국보다 3배나 비싼 42인치 LED TV 는 출시 한 달 만에 100대가 팔렸다.

스마트폰 등 첨단 통신기기는 국가 통신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못해 일부 기능을 쓰지 못하는데도 상류층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자동차 시장도 비슷하다. 버스, 철도 등 대중교통체계가 발달하지 않았고 이제 막 도로가 건설되기 시작한 단계인데도 아우디, 도요타, 현대 등 각국 유명 브랜드의 자동차들이 자동차 전시장 같이 도로 위를 가득 메우고 있다.

아프리카의 또 다른 매력은 인적 자원이다. 유엔에 따르면 아프리카 인구 증가율은 세계 평균 1.7%의 2배 가까운 3%이다. 특히 15세 이하 비율이 45%다. 아프리카에서 20세 이하 인구는 현재 8억명에서 2050년 20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머지 않은 미래에 세계 경제 발전의 중심이 중국, 인도 등 신흥 대국에서 아프리카로 바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남아공 광산국(Chamber of Mines)의 로저 백스터 수석 연구원은 “지금은 기업들이 자원 개발에만 집중해 있지만 앞으로는 제조공장, 자동차 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경제 발전과 함께 교육과 규제 시스템이 개선되고 서비스 업종이 발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선점한 중국, M&A 다크호스 인도 브라질, 그럼 한국은?=
이런 가능성을 내다보고 중국은 일찌감치 아프리카 땅을 점령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정부와 투자기업, 은행 등이 3위 일체가 돼 ‘프로젝트’가 뜨면 정부가 현지 정부와 막대한 원조 등을 통해 관계를 트고, 은행이 파이낸싱을 주도한다. 최근 인도와 브라질 기업들은 광산과 광물 분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브라질 발레는 앞으로 5년간 아프리카 지역에 150억~200억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주로 모잠비크, 잠비아, 기니, 라이베리아 등의 구리, 석탄, 철광석 개발에 집중하고,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앙골라, 탄자니아 등으로도 투자를 넓힐 계획이다. 모잠비크에서 발레가 2007년 투자한 석탄광구에서 생산된 석탄은 올해 하반기부터 처음 수출된다. 이 나라 석탄의 첫 수출로 기록될 예정이다.

인도의 철강기업 타타스틸은 모잠비크의 광산기업 리버스데일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철강제품 원재료 확보 차원에서 광물에 투자할 뿐만 아니라 순수 자본이득을 위한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벡스터 연구원은 “DR콩고, 잠비아, 짐바브웨 등이 주니어기업들의 투자 관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민간기업들도 최근 아프리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포스코는 DR콩고 구리 광산에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 진출시 포스코건설, 포스코파워, 대우인터내셔널 등 계열사와 동반 진출해 자원개발과 도로, 주택, 발전소 등의 인프라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현지법인 ‘포스코아프리카’를 세우고 6명을 파견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알제리 ‘이사우안’ 생산광구에 지분 참여, 광물자원공사와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에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니켈, 코발트 등 주요 광물자원 개발을 위해 최근 아프리카 주재원 2명을 추가 선발했으며 앞으로 지역전문가도 선발 파견할 예정이다.

jshan@heraldcorp.com

▶특별취재팀=성항제 선임기자(총괄), 베이징(중국)ㆍ몽골=박영서 중국 특파원, 상파울루(브라질)ㆍ페루=이충희 기자, 마푸토(모잠비크)ㆍ요하네스버그(남아공)ㆍ루안다(앙골라)=한지숙 기자, 야운데(카메룬)ㆍ아크라(가나)=최정호 기자, 이스탄불ㆍ카자흐스탄=조문술 기자, 양곤(미얀마)=김대연 기자, 두바이=윤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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