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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해버린 기부문화…설 앞둔 복지시설 '썰렁'
“같이 시간을 보내주기만 해도 명절 맞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텐데….”

‘민족 대명절’ 설을 앞두고 사회복지시설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줄고 있다. 물가 급등 등 경기상황이 악화되고 사회적 관심이 온통 구제역과 사정바람 등 굵직한 사안들에 쏠리면서 소외 계층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지난해 기부단체를 둘러싼 잡음과 정기 후원 등 기부문화의 변화도 최근의 한파만큼이나 시설을 더욱 썰렁하게 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무료 경로원으로 알려져 있는 서울 종로구 구기동의 청운경로원. 1일 현재 총 110명의 무의탁 노인이 생활하고 있는 이 곳에는 시설을 찾는 이가 줄면서 후원금이나 후원품이 지난해와 비교해 70~80%로 줄었다. 청운경로원 관계자는 “최근 경기가 좋지 않아 시설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줄어들어 안타깝다”며 “국가에서 지급되는 시설지원금으로 기본적인 의식주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어르신들은 무엇보다 사람이 그리운 분들이라 직접 시설을 방문해 같이 시간을 보내주는 게 더 큰 선물이 된다”고 말했다.

요즘은 자동이체 등을 통해 정기후원을 하거나 대형기부단체를 통한 기부가 일반화되면서 직접 시설을 찾는 이들이 줄고 있어 명절을 코앞에 두고도 시설에서는 설레거나 들뜬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시각중복ㆍ중증의 장애를 가진 20여명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체부동의 ‘라파엘의 집’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시설을 찾은 단체방문은 한손으로 꼽을 정도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많이 바뀌면서 매년 시설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올해는 상황이 예전같지 않다.

‘라파엘의 집’ 관계자는 “특히 올해는 신정과 구정 간격이 좁아서 곧 설이지만 시설을 찾는 이들이 줄어 명절 기분이 좀처럼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나눠야겠다는 분위기는 여전해서 정기회원의 이탈은 없다”며 “지난해 기부단체의 비리로 인해 시설로 직접 문의해서 후원하겠다는 이들이 예년에 비해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라고 희망 섞인 목소리를 냈다.

그나마 도심이나 회사 밀집 지역에 인근한 시설의 경우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일반인들이나 기업체의 접근성이 좋아 시설방문이 간간이 이어지지만, 도시 외곽지역이나 서울 이외 지역의 시설에는 발길이 아예 끊긴 곳도 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나눔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지만, 후원도 온라인을 통해서 이뤄지면서 오프라인에서 같이 호흡하면서 가질 수 있는 소통의 나눔이 더 절실하다는 것이 복지시설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태형 기자@vmfhapxpdntm>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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