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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중견그룹 키우자는 판에... 한국화이바 경영권분쟁 눈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그룹을 키우자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섬유소재분야 중견그룹 한국화이바가 경영권 분쟁 사태를 빚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정부가 부품ㆍ소재분야 글로벌 중견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부친 상황에서 빚어진 일이라 중견그룹에 대한 지원이 선별적으로 추진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화이바의 경영권 분쟁은 수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주와 창업주 큰 아들간 이견(異見)이 발단이다. 분쟁의 당사자인 조문수(53) 한국카본 사장은 ‘글로벌 경영과 사업다각화’ 의지가 강한 반면 창업주인 조용준(87) 화이바그룹 회장은 ‘한 눈 팔아선 안된다. 제조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이런 갈등이 발단이 돼 장남(문수 씨)이 조 회장의 눈밖에 나 그룹 경영권에서 차츰 멀어지고 차남(계찬 씨)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소송에 이르게 됐다. 화이바그룹 직원들도 ‘아버지파’와 ‘아들파’로 갈려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화이바 측은 “조 회장 생각은 장남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다. 기술력 하나로 38년간 이만큼 키웠는데 다른 장사로 돈 벌려고 하면 안 된다. 제조업으로 승부를 걸어야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선 안 된다는 게 조 회장의 신념”이라고 말했다.

한국카본 측은 “가족간 일이어서 경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도 “조 사장이 나이가 이제 53세이고, 이제 독자적으로 경영할 나이가 됐다. 조 사장이 글로벌하게 경영을 해서 회사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복합소재 국내 선두기업이라는 곳에서 골육상쟁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선두기업이 흔들리면 업계 전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빨리 화해하고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카본 대표인 문수 씨는 지난해 조 회장을 상대로 한국화이바 주식확인소송을 자신의 아들을 대신해 제기했다. 이에 앞서 문수 씨가 자기 아들(연호 씨)에게 지분(12.35%)를 주자 조 회장은 이의 무효소송을 냈으며, 문수 씨는 맞소송을 냈다. 이 과정에 최근 문수 씨의 아내(이명화 씨)는 시동생 계찬 씨로의 경영권 승계를 막기 위해 사생활 정보를 캐내다 검찰에 기소됐다.

한국화이바는 조용준(87) 회장이 1972년 경남 밀양에서 한국화이바, 한국카본, 한국신소재 3개 회사를 설립하면서 출발했다. 주력인 한국화이바와 한국카본(상장사)의 2009년 매출액은 각각 1740억, 1760억원에 이른다.

조문술ㆍ김상수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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