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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 최고은 작가의 죽음은 명백한 타살”
“故 최고은 작가의 죽음은 영화 산업 시스템의 문제로 명백한 타살이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영화노조)이 32세의 나이로 요절한 故최고은 작가에 대해 애도의 뜻을 전하며 한국 영화산업 시스템의 부조리를 꼬집었다.

영화노조는 8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한 젊은 시나리오 작가가 병마와 굶주림에 시달리다 죽음을 맞은 사실이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남긴 글이 이웃에게 음식을 부탁하는 쪽지였다니 말문이 막히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누기 어려울 지경”이라며 “영화 스태프의 처우를 개선하고 이해를 대변해야 할 책무를 진 노동조합으로서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통함을 드러냈다.

이어 “故 최고은 작가는 실력을 인정받아 제작사와 시나리오 계약을 맺었지만 이 작품들이 영화 제작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전해진다. 입버릇처럼 되뇌었다는 ‘5타수 무안타’라는 자조적 표현이 고인이 처했던 절망적 상황을 일부나마 짐작케 한다”며 “고인의 죽음 뒤에는 창작자의 재능과 노력을 착취하고, 단지 이윤창출의 도구로만 쓰려하는 잔인한 대중문화산업의 논리가 도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화노조는 “창작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산업 시스템과 함께 정책 당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영화 스태프들이 생존을 위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즈음인 2000년도의 연평균 소득은 337만원, 10년이 지난 2009년도 연평균 소득은 623만원으로 조사되었다. 조금 나아지기는 했으나 월급으로 치면 52만원이 채 되지 않는 액수로 여전히 최저생계비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열악한 영화제작 환경에 대해 “영화노조는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반복되는 실업기간 동안 실업 부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요구를 수없이 해왔다”고 주장하며 “실업부조제도가 현실화 되어 고인이 수혜를 받았더라면 작금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사회적 타살이 아니다. 명백한 타살이다”라고 애통해했다.

출처=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홈페이지


이와 함께 각계 인사들의 애도 물결도 계속되고 있다. 공지영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최고은씨의 영전에 명복을 빕니다. 이 사회의 안전망 없음에 다시 한번 절망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MBC 신경민 전 앵커도 “최고은씨의 죽음은 비참합니다. 콘텐츠 제작, 유통산업의 어두운 실상이 다시 나타났죠. 우리는 밝은쪽 화려함과 한류 등에 열광했지만 이 산업의 건강하고 충실한 성장과 업그레이드에 그리 성공하지 못한 셈입니다. 이번에도 눈물 위에 그냥 흘러가겠죠...”라고 개탄했다.

단편영화 ‘격정 소나타’의 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였던 故 최고은 씨는 지난 달 29일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자신의 월세방에서 지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이혜미 기자 @blue_knights>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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