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을 울리다가 사라졌다. 초미의 관심이던 금융권 CEO 후보에 ‘강만수’는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4대 금융지주사 중 KB를 제외하고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우리ㆍ신한ㆍ하나금융 후보에 동시 거론됐었다.
하지만 강 특보는 지난 8일 확정된 신한금융 회장 후보 4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9일 마감한 우리금융 회장에는 응모하지 않았다.
하나금융은 김승유 회장의 임기가 오는 3월말 끝나지만 외환은행 인수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김 회장의 3연임이 거의 확실시된다. 하나금융은 오는 10일 이사회를 열어 최고경영자(CEO) 등 등기인사의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하고 현행 3년으로 돼 있는 CEO 임기를 첫 임기만 3년으로 하되 연임할 때는 1년씩 연장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제정키로 했다. 김 회장이 3연임을 하는 데서 오는 부담을 덜어낸 것이다.
강 특보는 지난 1일 측근인사를 통해 “금융지주 회장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혔지만, ‘그래도 지주사의 요청이 있으면 모르는 일’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신한금융 차기 회장을 추리는 특별위원회가 열린 당일(8일)까지도 강 특보가 최종 후보군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강 특보가 신한금융 회장이 될 경우 이명박(MB) 정부들어 4대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MB 측근인사’로 채워질 뻔했다. 오는 4월 재ㆍ보궐 선거를 앞두고 금융권이나 정치권이 시끄러워지는 것은 물론, 두고두고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은 물론 청와대도 이런 점을 염려했고, 강 특보 본인도 정권에 누가 되는 일이라며 고민 끝에 지주사 회장직 도전 의사를 접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은 신한금융보다는 부담이 덜하지만 MB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 특보가 정부 소유인 우리금융의 회장에 가는 게 격에 맞지 않아 처음부터 갈 생각이 없었다는 게 정설이다. 하나금융은 김승유 회장 중심으로 외환은행 인수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강 특보가 가서 판을 흔들 이유가 없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의 긴급한 현안을 해결할 카드로 강만수 특보가 거론된 것은 사실이지만, 상황이 허락되지 않아 자의반타의반 지주사 회장직 의사를 접은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해석했다.
강 특보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한번도 지주사 회장직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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