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서민물가 잡기 바람에 고유가의 공적으로 몰린 정유업계는 정부의 휘발유 가격 대책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반시장적인 가격인하 조치가 강행되지 않을까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공식적인 대응은 자제하면서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한 석유대책반(태스크포스)의 가격결정 구조 검토 결과와 유통 구조 개선 방안 등 정부 대책이 어떻게 나올 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10일 유통 업계가 라면과 밀가루 등 일부 생필품 가격을 1년간 동결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에 적극 동참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국내 석유제품 공급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여지에 대해 국내 시장에서 휘발유나 경유 등을 판매해 올리는 영업이익율은 제조업 등 산업계 평균과 비교해 훨씬 낮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유사의 정유부문 이익률은 평균 2%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60.3% 증가한 1조20001억원으로 업계 최대 이익을 거둔 GS칼텍스는 전체 영업이익률이 3.4%, 정유부문은 1.5%라고 밝혔다. 지난해 2008년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둔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은 3.19%, 에쓰오일은 2.4%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2009년 적자였던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지만 내수로 돈을 버는 구조는 아니다”며 “국제 정제마진에 따라 이익 규모가 결정되는데도 마치 정유사가 주유소 휘발유 판매로 이득을 챙기는 것 처럼 인식돼 있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민간 기업에게 제품 가격을 강제로 낮추게하는 반시장 논리로 된 대책이 나올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말 국제유가가 배럴 당 140달러로 사상 최고를 찍을 당시와 비교해 현재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이 ℓ당 2100원을 넘는 곳이 등장하는 등 소비자가 체감하는 판매가는 훨씬 비싼 데 대해서도 정유업계는 세금 환원 조치와 환율 상승을 원인으로 들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당시에 비해 유류세 감면 혜택 82원이 환원됐고, 관세가 1%에서 3%로 올랐으며, 원/달러 환율은 120원이 올랐다”며 “고환율로 인해 국내 휘발유 판매가격이 더 오른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내 석유제품 세전 공급가격이 OECD 평균보다 비싸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선 “정부가 제시한 고급휘발유 기준 자료는 전체 시장의 1%도 되지 않으며, 보통휘발유 기준으로 따지면 평균보다 낮다”고 반박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