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통신비 인하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통신업계는 "내릴 만큼 내렸고 올해부터 4세대(4G) 투자도 예정돼 있다"며 추가 인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인위적으로 통신비 인하를 강요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의 매출 구성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기본요금은 3년 째 요지부동이어서 지금까지 통신비를 많이 내렸다는 업체들의 주장이 가입자들에게 고루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도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용역보고서에서 "이동통신 사업자별로 지속적으로 요금인하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요금 경쟁은 미흡하며 특히 이용자 전체에 효과를 미치는 통화료 등에 대한 요금 인하가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난 2009년 9월 이후 초당과금제, 가입비 인하, 장기가입자 할인, 선불통화료 할인 등을 포함해 가족 단위의 통합요금제, 음성/메시지/데이터 통합요금제와 같은 다양한 신규 및 결합판매 중심의 요금 인하 노력이 있었지만 특히 약관 요금의 인하가 미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국산업조직학회도 앞서 지난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이동전화 요금체계에 관한 용역보고서에서 이용자 입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본료와 문자메시지 요금 인하가 없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문자메시지요금은 지난 2007년 건당 30원에서 20원으로 인하된 이후 현재까지 변화가 없는 상태며 통신사들의 기본요금(표준요금제 기준)도 지난 2008년 이후 각각 1만1000원(LG유플러스), 1만2000원(SK텔레콤, KT)으로 3년 가까이 제자리다.
이는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통신사들의 요금 인하가 일반폰보다 데이터 요금 위주로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출시되는 통신요금상품이 융합, 결합, 모바일인터넷의 이용 확산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본료 인하보다는 요금 할인 형태로 진행된 영향이다. 이는 전체 이동전화 사용자 가운데 40%가 표준요금제를 사용하고 있고 아직 일반폰 사용자들이 스마트폰 사용자들보다 많은 상황에서 요금 인하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또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고객에게 과다한 요금보조가 이뤄질 경우 데이터 사용량이 작은 고객들에게 차별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그럼에도 통신사들이 기본료를 내리지 않는 이유는 매출에 미칠 절대적인 타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KISDI의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전화(MNO)서비스 매출액 구성에서 기본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9년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반면 데이터 요금은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기본료 인하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줄여야 하는 데 통신업체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 해 이통 3사는 마케팅비 가이드라인(매출액 대비 22%)을 지키는 데 모두 실패했다.
KISDI도 방통위 용역 보고서에서 "마케팅비 상한제 도입에 따라 투자 확대 및 요금경쟁을 위한 여건은 조성됐으나 실제 효과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산업조직학회는 공정위 용역보고서에서 "시장 전체가 고가의 스마트폰 서비스로 옮겨가는 것은 스마트폰 서비스 자체의 특성이나 가계통신비 부담,저가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선택권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기본요금을 내리면 통신사들은 비용 보전을 위해 다른 쪽의 요금을 올리게 돼 (기본요금 인하는) 어렵다"이라며 "앞으로 스마트폰 정액요금제 사용자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요금 인하 혜택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상현 기자@dimua>puqua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