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외국인투자 전도사’로 나섰다. 경영계를 대변하는 경총 회장과 외국인 직접투자(FDI)와는 언뜻 직접적 연관성이 떠오르지 않아 다소 의외다. 하지만 그의 주장엔 설득력이 묻어나온다.
이 회장은 최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경총-KOTRA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기자와 만나 “우리 노사문화가 불안하다 보니 외국인 기업인들이 한국에 투자를 주저한다”며 “특히 일본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열명중 여섯~일곱명은 ‘한국의 과격한 노사문화로 투자하기 걱정된다’고들 하더라”고 말했다. 한국의 노사환경과 문화에 대한 외투기업의 불안감이 투자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30년 지기’인 KOTRA 조환익 사장과 함께 외국인투자 활성화 MOU를 맺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 회장은 “조 사장과는 30년간 산업정책을 같이 해 왔기에 눈빛만 봐도 무슨 얘기를 할지 통하는 사이”라면서 “경총은 노사분규에 관한 모든 정보를 외투기업에 제공하고, KOTRA는 해외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홍보하는 등 협력체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노사문화 안정과 이를 통한 외국인투자 활성화에 대한 신념은 그의 경험과 무관치 않다. 산자부 장관을 역임한 그는 화물연대 파업 등 강경 노사문화 현장을 지켜보면서 노사선진화의 당위성을 절감했다. 이 회장은 이에 “외투기업들이 노사분규 피해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도와줄 필요가 있다”며 “외투기업에 노사분규에 대한 대비책과 사전 예방 차원의 도우미 역할에 경총이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투자가 왜 그리 중요한가에 대한 설명은 명쾌하다. “수출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기업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데, 이를 외국인직접투자가 일부 담당하고 있어 소중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만5000여개의 외투기업은 129억달러를 투자했고, 30만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외투기업을 잃는 것은 국가경쟁력 낭비”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외국인투자는 통상 수출, 생산, 기술이전, 고용 등 네가지 효과가 있다고 한다”며 “하지만 우리에겐 이스라엘의 사례에서 보듯이 ‘안보효과’가 하나 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은 외국인투자가 ‘1석4조’라고 말하고 있지만, 본인은 ‘1석5조’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세계 모든 나라들이 외투기업 하나라도 더 유치하려고 경쟁하고 있는 판에 우리만 노사관계 불안으로 외국인투자를 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어야 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일회성은 아니다. 경총은 향후 외투기업 노사안정을 위해 해당 분규 현장이 발생하면 옴부즈만을 급파하고, 영문으로 해외에 한국 노사문화를 홍보하는 등 지속적인 액션플랜을 가동키로 했다.
STX에너지 회장을 맡아 글로벌 경영행보에도 분주한 그는 복수노조 시대의 경총 회장으로서도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회사 경영을 위해 수시로 해외를 넘나드는 일정에 ‘건강은 괜찮으신지’라고 묻자 “좋을리는 없겠죠”라면서도 여유있는 웃음을 띈 이 회장. 외국인투자 전도사로서의 맹활약이 기대된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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