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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본있는 ‘감동’을 준비하다
충무로는 지금 스포츠 영화 제작 붐
스포츠 콘텐츠 대중문화 강타

예능이어 스크린까지 접수


‘미스터 고’ 등 야구 소재 대세속

골프·탁구·女축구…종목도 다양


감동+유머 한국영화 새 트렌드

흥행성 입증도 제작 열풍 한몫


지난 설연휴, 내로라하는 인기 절정의 아이돌스타들은 TV에서 뛰고 헤엄쳤다. 연예 스타들의 육상, 수영 이벤트가 명절 안방극장의 단연 최고의 화제였다.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날아라 슛돌이’ ‘날려라 홈런왕’ ‘천하무적 야구단’ 등 스포츠 소재 콘텐츠가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스크린에도 스포츠 열풍이 옮겨붙었다. 지난 1월 개봉한 ‘글러브’를 필두로 야구 소재 영화가 잇따라 제작되고 있고 축구, 골프, 경마, 탁구, 복싱 등 다채로운 스포츠 종목이 영화 속에 담길 예정이다. 

▶탁구, 경마, 여자축구 등 실화 다룬 스포츠 휴먼드라마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작품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 휴먼드라마다. 배우 캐스팅 중인 영화 ‘코리아’는 남북 단일팀을 이뤄 우승을 일궈낸 1991년 지바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여자복식조의 이야기를 다뤘다. 만남부터 이별까지 감동적인 남과 북의 화해 드라마를 연출했던 남측 대표선수 현정화와 북의 이분희 선수가 주인공이다.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의 17세 이하, 20세 이하 대회에서 각각 우승과 3위의 성적을 일궈내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여자축구도 스크린에 옮겨진다. 전북 완주군 삼례여중 축구부 이야기를 다룬 ‘삼례여중축구부’다. 서영희, 김수로 등이 주연을 맡아 이달부터 촬영이 본격화됐다. 삼례여중은 17세 이하 여자축구 국가대표인 김빛나의 모교로 열악한 환경에서 꿈을 이뤄가는 학생과 교사들의 분투기가 줄기다. 차태현이 주연을 맡은 경마영화 ‘챔프’도 실화에 바탕했다. 사고로 아내를 잃고 눈까지 다친 기수가 절름발이 말과 일구는 기적의 도전을 다룬다. 2004년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데뷔한 이후 33번의 경기에서 무려 13승을 휩쓴 절름발이 경주마 ‘루나’의 실화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경마영화로는 임수정 주연 ‘각설탕’과 김태희-양동근의 ‘그랑프리’에 이어 세 번째다. 

▶스크린 최고 인기 종목은 야구

최근 몇년간 프로야구가 누리고 있는 절정의 인기는 스크린에서도 반영됐다.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에 이어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제작 붐을 맞고 있다.

‘미스터 고’는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영화로 허영만의 만화 ‘제 7구단’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중국 서커스단의 고릴라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활약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3D로 제작될 예정이다.

‘퍼펙트 게임’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최동원과 선동열의 라이벌전을 소재로 했다. ‘주유소 습격사건’의 김상진 감독이 연출하는 ‘투혼’은 최고의 전성기를 지나고 2군으로 떨어져 퇴물 신세가 된 투수가 병석에 있는 아내를 위해 마지막 마운드에서 펼치는 역투를 담게 된다. 김주혁이 주연을 맡아 촬영 중이다. 

사진 위부터 왼쪽으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백프로’ ‘국가대표’ ‘글러브’ ‘그랑프리’
▶각본없는 드라마에 각본을 주다

이밖에도 골프를 소재로 한 영화 ‘백프로’는 윤시윤, 박종면 등을 주연으로 촬영 중이다. 전직 프로골프 선수가 뜻하지 않게 폐교 위기를 겪는 섬마을 분교 선생님으로 부임한 뒤 골프 특성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대회에 출전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소지섭은 복서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오직 그대만’에서 시력을 잃어가는 한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전직 복서 역할을 맡아 촬영 전부터 복싱 훈련에 매진했다.

이 같은 스포츠영화 열풍은 최근 몇 년간 동ㆍ하계 올림픽과 축구ㆍ야구 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이룬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선전을 발판으로 한다. 대형 스타부터 비인기 종목의 ‘꼴찌’까지 국제적인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국민들을 울고 웃겼던 이야기들은 스포츠가 주는 감동을 배가시켰다. 여기에 최근 스릴러영화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감동과 유머를 추구하는 작품들이 극장가의 대세를 이루면서 많은 영화 제작자들로 하여금 스포츠에 눈을 돌리게 했다. 한동안 충무로의 비인기 소재와 장르였지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나 ‘국가대표’를 통해 흥행 가능성이 입증된 것도 스포츠영화의 제작붐에 불을 지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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