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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 박용우, “범인도 영화볼 것…배우로서 책임감 느껴”
1991년 이른바 개구리소년실종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아이들’이 개봉일인 지난 17일 일일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다큐멘터리PD 역할을 맡은 박용우는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영구미제로 남은 이 사건의 범인이 살아있다면 영화를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에 처음으로 출연했는데 배우로서 사회적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지난 1991년 대구에서 9~13세의 초등학생 5명이 산으로 도룡뇽을 잡겠다며 집을 나가 모두 돌아오지 못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당시 전사회적인 이슈가 되며 경찰병력이 대대적으로 투입됐고, 언론매체까지 나서 전국민적인 캠페인을 벌였으나 결국 실종된 아이들을 찾지 못했다. 사건 발생 후 11년이 지난 2002년 대구의 신축 공사장에서 아이들은 유골로 발견이 됐고 검시결과 타살로 결론이 내려졌으나 끝내 범인을 찾지 못하고 2006년 공소시효가 끝나면서 결국 영구미제처리됐다.

박용우는 영화 속에서 지방으로 좌천된 방송국 다큐멘터리 PD역할을 맡아 개구리소년실종사건 취재를 출세의 계기로 삼으려는 인물로 등장한다. 

영화 '아이들' 주연배우 박용우.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영화 '아이들' 주연배우 박용우.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출연결정에서 촬영까지 극중 등장인물과 비슷한 심경변화를 겪었습니다. 처음에는 ‘사회적 이슈’가 되겠다 싶었지요. 그러다가 점차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책임감이 큰 작업이구나’라는 사명감과 긴장감,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다큐멘터리 PD 역할 연기를 위해 ‘워낭소리’의 이충렬 감독을 만나 조언도 들었다. 마침 이 감독은 박용우의 지인과 친구였다.

“보통 다큐 PD는 현장에서 주머니가 많이 달린 옷을 입는다는 외적인 면모부터 잘난 척을 하지만 막상 막노동같은 작업을 많이 한다는 특성, 큰 사건을 다루는 다큐는 법적으로 불리함을 감수해야 된다는 것, 겉과 속이 단단하지 않으면 일을 하기 어렵다는 점 등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

‘아이들’은 박용우가 맡은 다큐멘터리 PD가 “아이들의 부모가 범인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교수(류승룡)을 만나면서 무리한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벌이는 소동과 이로 인해 더욱 큰 고통을 받게 되는 부모의 심경, 실제 범인을 둘러싼 갖가지 추리를 더하며 영화는 전개된다. 사건 개요 뿐 아니라 전반적인 극의 소재를 실화로부터 가져왔다. 박용우과 류승룡 뿐 아니라 실종된 아이의 부모로 등장하는 성지루, 김여진 등 주ㆍ조연진의 연기가 영화를 탄탄하게 떠받친다.

박용우는 1994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영화에선 ‘쉬리’의 조연으로 반짝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한동안 고전을 거듭하다 지난 2005년 ‘혈의 누’와 2006년 ‘달콤 살벌한 연인’의 흥행과 호평을 바탕으로 한국영화의 주연급 남자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이후 ‘조용한 세상’ ‘뷰티풀 선데이’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원스 어폰 어 타임’ ‘핸드폰’ 등 영화와 드라마 ‘제중원’까지 쉴 새 없이 작품 활동을 해왔다.

어느덧 꼭 마흔을 맞게 된 박용우는 “30대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감당할 수 있는 만한 고통과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동료 배우인 연인과의 결별을 겪어 화제가 되기도 했던 박용우는 최근 한 케이블TV가 기획한 다큐멘터리 기획으로 송일곤 감독과 일본 여행을 했다. “모든 것을 비운다”는 주제의 여행에서 박용우는 “배우라는 정체성과 그동안의 부담감, 스트레스를 모두 내려놓으려 했다”고 말했다. “(연인과의 결별과정에서) 스스로 혼란스럽고 어두웠던 감정도 있었지만 이를 받아들이며 성숙하게 됐다”며 “배우로서도 남자로서도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평생 친구이자 연인, 동지, 조언자로서의 반려자를 꼭 얻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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