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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바뀐 운명…현실을 뒤틀다
‘MBC ‘짝패’‘반짝반짝…’‘두 주인공 신분 바뀌는 설정‘왕자와 거지’코드 유행 “가난이 대물림되는 시대“신분상승 강한욕구 표출“알고보니 나도 부잣집출신” “판타지속 역설 주목해야
MBC ‘짝패’ ‘반짝반짝…’

두 주인공 신분 바뀌는 설정

‘왕자와 거지’코드 유행

가난이 대물림되는 시대

신분상승 강한욕구 표출

“알고보니 나도 부잣집출신”

판타지속 역설 주목해야




조선조 말엽, 용마골이란 마을에서 두 아이가 한날 한시에 태어난다. 마을의 세도가이자 김진사 댁 장손인 귀동(이상윤 분), 마을 거지 소굴의 움막에서 거지 여인 막순의 아들 천둥(천정명)은 아이를 바꿔치기한 막순의 손에 의해 뒤바뀐 인생을 살게 된다.

동화 ‘왕자와 거지’를 빼닮은 이 이야기는 MBC 월화드라마 ‘짝패’의 초반부 줄거리다. 부잣집과 가난한 집 아이의 신분이 출생과 동시에 뒤바뀐다는 설정은 그동안 매스미디어를 통해 수없이 반복된 통속적 장치. MBC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국내 최대 출판사 집 외동딸인 한정원(김현주)과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대형서점 직원으로 살아가는 황금란(이유리)도 산부인과 간호사의 실수로 뒤바뀐 삶을 살게 된다. MBC ‘마이 프린세스’의 이설(김태희)이 ‘알고 봤더니 공주’였다는 설정도 기본적으로 ‘왕자와 거지’를 닮았다.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는 파란만장한 모험기인 동시에 날카로운 사회 풍자 소설이기도 하다. 영국의 에드워드 왕자는 거지가 된 후 온갖 사회 부조리를 목격하고, 다시 궁으로 돌아온 후 폭정을 일삼던 아버지보다 더 훌륭한 왕이 된다. 권력자의 횡포를 견제하고 민중의 편을 드는 마크 트웨인의 비판 정신이 강하게 흐르는 대목이다. 또 왕자와 거지라는 신분으로 개인의 삶을 평가하는 주변인들의 태도에선 작가의 평등 의식을 엿볼 수 있다.

두 주인공의 신분이 하루아침에 ‘바뀐다’는 드라마 속 설정도 그저 통속적인 장치로만 바라볼 수 없다. 원래 귀한 신분을 가진 천둥이 거지 소굴과 장터에서 서민들의 열악한 삶을 보고 의적으로 성장해간다는 점에서 ‘짝패’는 권력자보다는 민중, 신분제보다는 평등에 방점을 찍는 드라마다. 


‘반짝반짝 빛나는’과 ‘마이 프린세스’는 대중의 신분상승 욕구를 강하게 반영함으로써 오히려 신분상승의 통로가 차단된 현실을 역설한다. 잘난 부모 밑에서 잘난 자식이 나고 평범한 부모 밑에선 잘난 자식도 평범해져 버리는 요즘, 이 두 작품은 ‘나도 알고 보니 부잣집 딸’이라는 대중의 판타지를 출발선으로 삼는다.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평창동에 살던 부잣집 외동딸은 하루아침에 신림동으로 쫓겨나고, 신림동에 살던 서점 직원은 국내 최대 출판사 집 딸이 된다. ‘마이 프린세스’도 고아원 출신의 짠순이 여대생이 하루아침에 황실 공주로 밝혀진 뒤 그가 겪는 파란만장한 일들을 그린다. 출생의 비밀이라는 드라마의 통속적 코드에서 출발했지만, 두 작품은 오히려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 뒤 전혀 다른 신분에 맞닥뜨린 주인공들의 갈등을 강조한다. 판타지가 현실이 되는 드라마의 결말 부분을 도입부로 옮겨놓고, 뒤바뀐 신분이 낳는 갈등을 드라마의 새 동력으로 삼는 것이다.

서정민갑 대중문화평론가는 “빈부격차가 커지고 가난이 대물림되는 이 시대에 ‘왕자와 거지’ 코드가 유행하는 것은 그만큼 신분상승, 인생역전에 대한 대중들의 욕구가 커졌다는 증거”라면서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그 속에 흐르는 사회비판적 성격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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