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쇼크...국내 유화업계 파장과 대응
관련 제품값 연일 상승행진LG화학등 재고 파악 분주
사태추이 촉각 속 비상경영
장기화땐 채산성 악화 우려
리비아 반정부 시위 사태로 국제 원유 현물 시장에서 두바이유가 이틀 연속 배럴 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휘발유, 경유, 등유, 나프타 등 석유제품 가격이 줄줄이 동반 상승하면서 우리 정유ㆍ석유화학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두바이유가 계속 오를 경우 수요 하락과 경기 위축 등 지난 2008년 말 연출된 고유가의 후유증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싱가포르 현물 시장에선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배럴 당 101.02달러를 기록, 2008년 9월 이후 2년4개월여만에 처음으로 100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날 휘발유, 경유, 등유 제품 가격도 연일 계속된 상승세를 이었다.
호남석유화학, LG화학 등 나프타를 원료로 각종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나프타 재고 물량 파악에 나서는 등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부분 대기업들이 유가 단계별로 비상경영을 가동하는데, 100달러 이상이 일주일 이상이 될 경우 비상경영 조치에 나서게 된다.
현재 시점은 아직은 초기 단계라 관망하는 수준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LG화학 관계자는 “각 사마다 15일~한달 가량의 나프타 재고분을 갖고 있는데, 만일 나프타 가격이 계속 오르면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급 발란스와 중소업체 상황 등 다각도 측면을 고려해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똑같이 전가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자칫 원재료 가격은 오르고 수요가 하락해 제품가격이 떨어져 수익성이 나빠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석유화학공업협회 관계자는 “다행히 수요가 많이 꺽이지 않았고, 2, 3월에 중국과 싱가포르의 일부 석유화학 생산시설이 정기보수에 들어가 공급도 타이트해, 당장은 크게 영향받고 있지 않다”면서 “유가가 100달러를 넘는 상태가 지속되면 수요 둔화로 유화업계 채산성은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유사들도 리비아와 직접 거래하는 물량이 거의 없어 리비아 소요 사태로 인해 직접 영향을 받고 있진 않지만, 원유 수입 시 대부분 유산스(기한부어음)로 결제하기 때문에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채무 부담이 커지는 리스크가 발생한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 이익도 커진다는 인식이 있지만, 급작스런 유가와 환율 변동성은 원유대금 채무 부담을 키워 반갑지 않다”며 “정부의 고유가 대책 회의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리비아로부터 직접 도입한 원유 물량은 없다. 또 석유공사와 SK에너지 등 우리기업이 모두 지분 4%를 보유한 현지 엘리펀트 생산광구도 사태가 촉발된 트리폴리에서 850㎞ 떨어진 거리에 있어 현재 차질없이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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