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성항제 선임기자의 이슈프리즘> ’일하는 정부’ 시금석은 서비스 선진화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주말 "대통령 임기 5년은 산에 올라가 정상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평지의 릴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정말 선진일류국가를 이룰 수 없더라도 기초는 어느 정도 닦아 놓고 가겠다"며 향후 포부를 밝혔다.

이게 이 대통령 본심이라면 서비스산업 선진화 하나라도 제대로 마무리할 것을 권하고 싶다. "처음부터 권력을 써 본 일도 없으니 권력을 놓을 일도, 당길 것도 없다"는 공허한 수사 대신, 남은 2년 동안 역대 정부가 해내지 못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에 올인해 달라는 주문이다. 

MB정부의 서비스 선진화 전략 시동은 좋았다. 출범 직후인 2008년 4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장밋빛 비전과 추진방안을 내놓았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의 1기 경제팀은 관광, 유학ㆍ연수 등 서비스수지 개선방안, 방송 통신 활성화 및 건강관리 시장을 염두에 둔 서비스산업 규제 및 제도 개선 방안(2008년9월), 교육훈련과 R&D 강화를 위한 서비스산업 성장기반 마련 방안(2009년1월)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2기 경제팀의 윤증현 장관 역시 교육, 콘텐츠, IT서비스, 디자인, 컨설팅, 의료, 고용지원, 물류, 방송통신 등 9개 업종을 적극 키우겠다는 유망서비스 산업 육성방안(2009년5월), 고품격 관광ㆍ레저에 촛점을 맞춘 내수기반 확충방안(2009년9월)을 내놨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5단계 방안이 발표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어도 모두가 아직 캐비닛 속에서 잠자고 있다. 소관 부처 이해관계, 전문가 집단 이기주의, 국회의원 무성의 등이 어우러진 탓이다.

4년차를 맞은 정부가 뒤늦게 드라이브를 걸려는 시도는 다행이다. 윤 장관은 새해들어 "지난 10년 간 노력에도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추진상황을 재점검해 새 추진동력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투자개방형의료법인(영리의료법인) 도입과 일반의약품(OTC)의 약국 외 판매에 강한 의욕을 보인다. 가칭 ’서비스 선진화 및 경쟁력 강화 기본법’ 제정 움직임도 긍정적이다.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통한 경제 체질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성장 잠재력 확충과 고용 창출의 지름길인 까닭이다. 지난 10년 간 제조업 일자리는 46만개가 감소했지만 서비스 일자리는 326만개가 늘었다. 그럼에도 서비스업의 GDP 비중과 고용 비중은 OECD 내 최하위권이다. 1인당 부가가치와 수출액, 노동생산성 모두 선진국의 3분의1 또는 2분의1 수준으로 영세성을 면치 못한다.

서비스 수출 또한 지나친 무역의존도(85%)를 완화시킬 지렛대다. G20 정상회의에서 경상수지 목표제가 논의되면서 연간 200억 달러의 서비스 수지 적자 개선과 내수시장 활성화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사공일 무역협회장이 무역 1조달러 시대에 서비스무역 확대를 올해 신(新) 수출전략 과제로 삼은 것은 시의적절하다.

문제는 실천이다.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을 과감히 집행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당장 영리 의료법인 허용, 일반의약품 편의점 판매 등의 진입규제 완화가 시급하다. 해외 유명 대학 및 대학원 유치는 연간 20여만명의 해외 유학과 40억달러의 유학수지 적자를 줄이는 첩경이다. 이는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 내 외자유치의 걸림돌이기도 하다. 이ㆍ미용 등 뷰티서비스업 문턱을 낮춘다면 해외관광객 유치와 헬스케어 산업 발전에 큰 획을 그을 것이다.

제조업에 견줘 상대적으로 불리한 세제나 부담금 제도는 구시대 유물이다. 관광호텔 등에 대한 토지보유세 및 종부세 중과, 전기 및 도시가스 요금의 일반용 요율 적용(제조업은 보다 저렴한 산업용 요율), 교통유발 및 환경개선부담금 부과 등 효율을 떨어뜨리는 ’서비스 전봇대’도 하루빨리 뽑아야 한다.

’공정사회’를 향한 ’일하는 정부’는 먼 데 있지 않다. 서비스 선진화는 과학비즈니스벨트, 동남권 신공항 사례처럼 정치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선진일류국가로 가는 초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포퓰리즘 발언을 삼가고 국내 기업이 기꺼이 서비스 투자를 늘리도록 하는 친시장 친기업 정책 집행의 전면에 서야 한다. 그래야 서비스 분야에서도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온다.

yesstar@heraldcorp.com

연재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