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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올레길> 한쪽은 눈길·한쪽은 늦가을 ‘낯선재미’
<49> 봉화산 둘레길





원형 산책로 일조량 따라 남·북방기후 극명

물맛 정평난 보현정사 약수물 마셔볼만


봉화산은 사방으로 아파트단지에 둘러싸여 마치 하나의 외로운 무인도를 연상시킨다. 서울 중랑구 신내동에 있는 봉화산을 에두르는 4.2㎞의 둘레길은 지역 주민으로부터 더할 나위 없는 산책로로 사랑받고 있다. 약 1시간 20분 거리의 짧은 코스인 듯하지만, 수시로 변하는 산책로의 경관은 산책의 재미를 더한다.

봉화산을 둘러싸고 곳곳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있어 둘레길로 오르는 길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중랑구청에 인접한 봉수대 근린공원을 기점으로 삼아 둘레길 산책을 시작했다. 

4.2㎞의 봉화산 둘레길은 음양의 조화가 절묘하다.일조량이 다른 봉화산의
남쪽과 북쪽은 두 계절을 간직하고 있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산길이 단조롭게 이어져 자칫 지루할 것 같았지만, 봉화산 둘레길만이 가진 매력을 알고 나면 ‘아하’하고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다름아닌 ‘음양의 오묘한 조화’였다. 봉화산 둘레길은 원형의 코스로 이뤄져 있다. 좁은 둘레길 안에서도 남방기후와 북방기후의 특성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다. 볕이 잘 드는 둘레길의 남쪽은 산책로 주변으로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반면 북쪽은 참나무가 집중돼 있어 극한 대조를 이룬다. 모처럼 풀린 날씨 탓에 상대적으로 햇살이 잘 비추는 남쪽 둘레길은 눈이 대부분 녹아 늦가을의 정취마저 느낄 수 있었지만, 볕이 잘 들지 않는 북쪽은 사람이 지나는 등산로를 제외한 곳곳에 여전히 눈이 쌓여 썰렁한 기운을 자아냈다. 불과 30분 사이에 180도 돌변한 주변 분위기는 하나의 산책로 코스를 지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봉화산 둘레길 산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있는데, 보현정사 사찰의 약수터다. 봉수대 근린공원에서 서쪽으로 700m가량 가다보면 작은 사찰 보현정사가 나오는데, 이곳에 위치한 약수터는 지난해 ‘서울시 으뜸 약수터’로 선정된 바 있다. 
 
봉화산 둘레길의 또 다른 묘미는 둘레길을 걸으면서 언제든 정상을 찾을 수 있다는 점. 둘레길을 걷다 보면 정상으로 이어지는 종주로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는 아차산 봉수대로 이어진다. 아차산 봉수대는 광장동의 아차산에 있었다고 믿어왔으나, 대동여지도 등의 옛 지도에 봉화산을 아차산이라 적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본래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으로 유명하다. 

정순식 기자/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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