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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작 ‘프레지던트’의 저조한 시청률이 말해주는 것
24일 종영한 KBS 수목극 ‘프레지던트’(극본 손영목 정현민 손지혜 연출 김형일)는 시청률을 끌어올리지는 못했지만 수준 있는 리얼 정치극이었다. 정치권력을 잡기 위한 인물들의 성격과 갈등이 개연성이 있고 긴장감까지 주는 정치 장르 드라마로서 좋은 점수를 줄만했다.

시청자들도 “정치상황을 현실감 넘치게 묘사한 빼어난 정치극이었다. 권력의지를 가지고 더 높은 곳으로 향하려는 정치인들의 두뇌 게임이 20회 내내 흥미진진했다”는 호평을 이어갔다.

그런데 ‘대물’보다 완성도가 높았지만 ‘대물’에 비해 시청률이 극히 낮은 것은 왜일까? 일단 ‘대물’에게 선점효과를 뺏겼다는 점이 첫째다. 그래서 또 정치극이라고 하니 보지도 않고 관심을 덜 가진 시청자들이 많았다.

리얼 정치극을 보여주다보니, 정치의 어두운 면들, 중상 모략 음해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장일준후보(최수종)에게 숨겨진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장 후보에게 접근하는 홍기자를 장일준 장인이 사람을 시켜 살해하는 장면은 ‘한사람 대통령 만들기 위해 저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끔찍했다. 시청자들중에는 실제 정치판도 보기 싫은데 드라마에서까지 그런 걸 봐야하나는 견해를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 점은 정치극에도 약간의 판타지는 필요한지를 생각하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프레지던트’는 리얼한 정치 장르극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고, 이를 바탕으로 시즌2, 3까지 제작할 수 있게 됐다.

‘프레지던트’의 매력은 등장인물들이 선,악 구도로 매여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의지이지, ‘선’은 아니기 때문에 선악구도에서 자유로운 게 이 드라마의 장점이자 ‘대물’과의 차이점이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장일준 후보 중심으로 풀어가면서도 초반에는 김경모 여당 후보(홍요섭)와 후반에는 한대운 야당후보(정동환)와 팽팽한 대결을 벌이면서 지지세력을 확보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TV토론 등을 통한 정책 대결을 벌이고 인간적인 매력과 한계를 보여주었다. 무분별한 복지가 아닌 성장복지론을 주장하던 한 후보를 비롯해 육아휴직제 정착과 청년실업해소방안, 등록금 후불제, 사회보장제 등을 위한 재원 마련 등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권모술수에 능하지만 던지는 말마다 뼈있는 위트를 담는 박을섭(이기열)과 여론조작에 능한 백찬기의원(김규철)도 시청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그런데 장일준이 김경모나 한대운 후보보다 더 악한 느낌을 줄 때가 많았다는 점도 이 드라마의 특징중 하나다.

저격자작극까지 펼치는 등 수많은 희생을 딛고 대권을 쥔 장일준이 숨겨진 아들 유민기PD(제이)가 완성한 선거 다큐멘터리에서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넘고 목적과 수단을 뒤바꿔 그 뜨거운 권력의지로 그는 무엇을 하려 했던가. 그는 왜 그리도 힘든 길을 가야 했던가”라는 내레이션을 듣는 장면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한자리 시청률에도 20부까지 리얼정치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바탕으로 탄탄한 스토리로 밀고나간 ‘프레지던트‘ 제작진은 박수를 받을만했다. 드라마 장르의 다양성에 기여했으니.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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