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임단협에서 속속 4~5%대의 임금상승률을 확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4%대의 임금인상에 합의했고, 현대ㆍ기아차도 4% 정도를 확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LG전자는 5.7%의 임금협상에 합의한 바 있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임금인상률은 최소 4~5대% 선에서 합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경영 악화로 인해 그 동안 고통분담을 해온 직원들을 위해 어느정도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게 대부분 기업의 분위기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올해 9.4% 임금상승률을 요구하고 있어 간극은 여전하며, 이에 따라 기업 현장에서 더 높은 인상폭을 요구하는 노조에 맞서 노사간 임금 인상률 줄다리기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7월1일 복수노조 시대 진입과 하도급 문제 등을 놓고 설전도 예상된다. 올해 격렬한 노사대립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올해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3.5%로 책정, 지난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임금상승 권고안을 내놔 주목된다. 이는 대기업의 4~5% 인상 흐름보다는 보수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대기업이 임금인상을 최소화해 여유 재원을 중소기업 경영개선으로 활용했으면 한다는 주문이 담겨 있다. 경제성장률 4~5% 달성을 전제로 물가상승 등을 반영한 것으로, 기업이 충분이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총이 6년 만에 가장 높은 3.5% 인상 주문을 내놓음으로써 임금상승 여력이 없는 대기업이나 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노조의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임금 인상 여력이 있는 대기업도 인상률 상향의 부담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4.9% 임금인상을 단행한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매년 경총 가이드라인 이상의 기본급을 올려왔기에 3.5%는 큰 부담은 아니지만 6년간 최고 수준의 인상안이 제시됨에 따라 노조의 요구가 거세져 새로운 분란의 소지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다”고 걱정했다.
특히 올해 비정규직 문제가 걸려 있고, 복수노조 시행이 예정돼 있는 등 메가톤급 노사 이슈가 기다리고 상황에서 임금문제가 걸림돌이 되는 것은 작지 않은 부담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총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큰그림’으로 접근했다는 주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2019년까지 국가고용률 70%를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더니, 매년 30만명의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가이드라인 3.5%는 최소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국민대비 고용률이 58~59%정도인데, 선진국과 같이 70%까지 올리지 않으면 나중에 1명이 2명을 부양해야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우리 경제는 버틸 여력이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총은 주요 기업들이 올해 4~5%대의 임금인상을 단행하고 있어 그것을 낮춰달라는 의미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이 인상을 자제하면 그만큼 자금 여력이 생기게 되고, 이를 동반성장을 위한 중소기업 근로조건 개선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흐름에 대해서도 한국노총은 기업들이 작년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고, 물가 급등에 실질임금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9%대의 임금 인상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기업과 경총, 노조 3자 간 이견은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임단협은 상반기 이후 복수노조 충돌 등 예상 이슈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임금상승 여력 여부는 또다른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상ㆍ이충희 기자 @yscafezz> ys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