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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자연 리스트’ 공개땐 메가톤급 파문
“31명에 100번 접대” 자필편지…故 장자연 사건 다시 도마위
“반드시 복수…”내용 충격적

대기업·금융종사자 등 거론

편지 진위여부가 핵심 쟁점

경찰 “가짜 가능성 무게”


SBS가 2009년 자살한 탤런트 장자연의 자필 편지를 입수했다며 일부를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해 소속사 대표 김모(41) 씨와 전 매니저 유모(31) 씨가 각각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사건이 일단락된 가운데, 이번 자필 편지 공개로 ‘장자연 자살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경찰은 사건 재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으며, 증거 불충분으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접대 때문에 부모님 제삿날도 못 챙겨”=SBS ‘8시뉴스’는 “2009년 자살한 장자연이 남긴 자필 편지 50여통 230쪽을 장 씨의 지인으로부터 입수했다”면서 “고인은 편지에서 31명을 100번 넘게 접대했다고 밝혔다”고 6일 전했다.

장 씨가 2005년부터 숨지기 직전까지 일기를 쓰듯 자신의 심경을 담은 이 편지는 “서울 강남뿐만 아니라 수원에 있는 가라오케와 룸살롱까지 가서 100번 넘게 접대를 했다. 접대 때문에 부모님 제삿날도 챙기지 못했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전하고 있다. 장 씨에게 접대를 받은 연예기획사 관계자, 대기업ㆍ금융업 종사자, 언론사 관계자 등 31명의 이름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소속사 대표가 거액의 위약금을 내라며 발목을 잡았다고 썼다. 급기야 ‘복수’와 ‘자살’이라는 단어도 편지에 등장한다.

“접대 받으러 온 남성은 악마다. 새 옷을 입을 때는 또 다른 악마를 만나야 한다. 명단을 만들어 놨으니 죽더라도 복수해 달라. 내가 죽어도 저승에서 복수할 것”이라는 내용이 편지에 담겨 있다고 SBS는 전했다.

▶자필 편지 진위 여부가 쟁점=사건의 핵심은 이 자필 편지의 진위 여부다. SBS는 “공인 전문가에게 필적 감정을 의뢰해 장 씨의 필체가 맞다는 결과를 얻었다”면서 “경찰이 수사의 핵심 단서가 될 이 편지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덮었다”며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사건을 수사했던 경기지방경찰청은 자필 편지가 가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광주교도소에 강간 혐의로 복역 중이며, 오는 8월 8일 출소 예정인 이 지인은 2009년 3월 장자연 자살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자필 편지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광주교도소로 직접 내려가 편지를 확인하려 했으나, 편지 수발내역을 교도소가 갖고 있지 않고, 이 지인이 편지 공개를 거부해 당시 편지의 존재 여부를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조만간 SBS로부터 편지를 확보해 진위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자필 편지가 왜 이 시점에 공개됐는지도 의문점으로 남는다. 장자연과 50여통의 편지를 수년에 걸쳐 주고 받은 이 지인은 장자연과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 지인이 수사가 진행되던 2009년과 2010년 경찰의 편지 공개 요구를 거부하다가 왜 이제와서 SBS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BS는 당초 이 사건을 토요일인 지난 5일 보도할 계획이었으나, 사건의 여파를 고려해 6일로 보도 날짜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SBS 보도국 관계자는 “자필 편지는 공개할 수 없으며, 민감한 사안인 만큼 보도 내용에 대한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답할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김윤희 기자/w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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