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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인 시대는 가라...기왕이면 ‘다다익선’
‘다다익선’이다. 압도적인 것은 여전히 넷이지만 ‘여섯’도 대세다. 기왕지사 ‘남자 셋, 여자 셋’이라면 더 좋다. 한 물 간 시트콤의 제목을 먼저 떠올린다면 오산, 여섯 명의 남녀 주인공이 뒤섞여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현실의 다양한 인물군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모습이다.

이제 드라마에서 ‘투톱’이라는 단어를 명제처럼 내세우던 것은 ‘철 지난’ 이야기가 됐다. 이미 사각관계의 로맨스가 트렌드처럼 자리잡았던 것에서 드라마는 조금 더 확장하기 시작했다. 캐릭터 이야기다. 캐릭터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많은 인물들이 필요했다. 드라마에서 비중이 높은 인물들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90년대 대표 드라마 ‘질투’에서는 최진실 최수종 등 두 명의 배우만 내걸고도 시청률의 정점(56.1%)을 찍었다. 트렌디 드라마의 시초는 대체로 이랬다. 두 명이면 충분했다.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애정관계에 집중했고, 두 사람의 오해로 얼룩진 스토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90년대 후반을 넘어선 모든 드라마에선 네 명의 주인공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당시 브라운관을 장악한 톱스타 김희선의 대표작을 살펴보면 ‘토마토(김희선 김석훈 김지영 김상중, 1999)’, ‘미스터큐(김희선 김민종 송윤아 권해효, 1998)’ 등 어느 하나 4인 구도가 아닌 것이 없다. 2000년에 방영한 드라마 ‘비밀’에서는 김하늘의 운명을 가로채려는 하지원이 있어야만 이야기가 존재할 수 있었다. 여기에 류시원과 김민종이 가세해 완벽한 4인 구도를 형성했다.

요즘의 드라마도 4인 구도를 따르기는 마찬가지다. ‘마이더스(SBS)’의 경우 장혁 김희애 이민정 노민우가 극의 중심이 된다. 사극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짝패(MBC)’에서는 천정명 한지혜 이상윤 서현진이 두드러진 인물들이다. ‘로열패밀리’ ‘파라다이스 목장’ 등 현재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를 살펴보면 주인공이 넷이 아니라면 이상할 정도다.

여기에 최근 특이한 조짐을 보인 것은 바로 무리지어 등장하는 주인공들이었다. 앞서 종영한 ‘드림하이(KBS2)’가 대표적이다. 수지 김수현 택연 은정 우영 아이유 등 드라마를 대표하는 주인공은 모두 여섯 명이었다. 주인공이 많다고 드라마가 산만해지지는 않았다. 한 사람의 인물이 끌고 가야 하는 이야기는 흐트러짐 없이 분명했다. 더불어 한 사람의 사연은 또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한 번 더 발전해 드라마에 탄력을 불어넣었다. 대표적인 것은 ‘싸인(SBS)’이다. 역시나 여섯 명의 등장 인물이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준다. 김아중 박신양 전광렬 엄지원은 서로의 관계 안에서 과거와 현재를 다시 만난다. 여기에 정겨운 장현성도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이렇게 여섯의 관계와 스토리는 드라마의 구성을 촘촘히 메우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6명의 인물들이 섞여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다. 종영 드라마 가운데에는 ‘정글피쉬2’도 있고 ’시크릿가든’ ‘소울메이트’도 있지만 ‘내조의 여왕’이 먼저 들어온다. 김남주-오지호, 윤상현-선우선, 이혜영-최철호 등 세 커플, 여섯 인물은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드라마를 시작해 뒤얽힌 관계에서 드라마를 발전시켰다. 다양한 인물들을 통한 다양한 에피소드는 드라마를 보는 또 다른 재미였다.

다수의 인물들이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는 ‘남자 셋 여자 셋’, ‘프렌즈’로 대표되는 국내외 시트콤을 비롯, ‘무한도전’이나 ‘1박2일’로 대표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러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에피소드와 웃음의 전파력과 닮아있다. 특히 수많은 스타들이 나와 각자의 사연들을 전하는 ‘강심장(SBS)’이 다양한 스타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대중들의 갈망을 채워준 것과도 다르지 않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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