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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하이 스캔들>업무 따로 인사권 따로 ‘무늬만 외교관’ ...관리헛점 또 노출
이번 상하이 스캔들로 명함은 외교관이지만 외교통상부 이외의 부처에서 파견돼 대사나 총영사의 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무늬만 외교관’들의 문제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경제와 에너지, 군사, 안보, 법무 등 21개 분야 특수 업무 수행을 위해 정부의 각 부처에서 해외 공관으로 파견된 주재관들은 소속 부처가 다르다는 이유로 현지에서 문제를 일으켜도 외교부의 관리 감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9일 한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상하이 총영사관의 경우 다른 곳보다도 주재관들의 숫자가 많은 곳”이라며 “이들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는 총영사마저 외교관 경험이 없는 외부 인사이다보니 조직 관리에 한계가 생겼고, 결국 스캔들로 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들 해외 공관 주재관은 재정경제금융, 국세, 관세, 공정거래, 조달, 에너지, 산업, 국토해양, 특허, 방송통신, 환경, 농림수산, 교육과학, 문화홍보, 보건복지ㆍ식약, 노동, 경찰, 출입국, 법무ㆍ법제, 공공행정ㆍ안전, 통일ㆍ안보 등 21개 분야에 모두 270여 명이 파견돼 있다. 1100명이 조금 넘는 외교부 소속 외교관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막대한 숫자다.

하지만 해외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 대부분은 이들 소수 주재관들의 작품인 경우가 많다.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씨와 부적절한 관계로 문제가 된 두 명의 영사는 각각 법무부와 지식경제부에서 파견된 주재관들이였다. 또 정치인 출신인 전 총영사와 정보 담당 부총영사의 갈등도 정보 유출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주재관들의 사고는 지난해에도 수 차례 있었다. 독일에서는 정보 담당 주재관이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돼 망신을 사기도 했고, 미국에서는 한 주재원이 불법 성 매매 업소에서 현지 경찰에 걸려 문제가 되기도 했다.

외교부 한 관계자는 “이들은 해외 공관 근무를 공직 생활 중 한번의 보너스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보니 외교관으로써 처신에 보다 신경써야 한다는 의무감보다는 외교관의 특권에 취해 일탈 행동을 할 개연성이 보다 높다”고 이 같은 주재관들의 연이은 사건 사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 주재관들의 관리 책임과 인사권이 따로 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공관의 경우 주재관들이 대사나 영사에게 사전 보고 없이 무단 결근하거나, 특수 업무라는 이유로 업무 진행 상황이나 동선 조차 보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별다른 징계 없이 넘어가기 일쑤다.

해외 공관에서 일하고 있는 한 외교관은 “관리 책임은 외교부 소속 대사나 총영사에 있지만, 실질적인 인사권은 해당 부처에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왠만한 잘못은 넘어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번 상하이 총영사관의 경우도 현지 교민 사회에서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소문이 돌고, 심지어 대자보까지 붙었지만, 이들에 대한 외교부의 소환 명령은 한참 후에나 이뤄졌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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