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꼭 일주일이 지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당초 예상됐던 수혜주 가운데 화학과 철강은 실제 수혜를 본 반면 전기전자와 자동차 등은 되려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헤럴드경제는 11일 일본 지진발생 이후 17일까지 20대 그룹(상장계열사 시가총액 기준)별로 시가총액을 조사해봤다. 포스코, 현대중공업(009540), S-오일, OCI 등 철강, 화학, 기계업종을 주력으로 하는 그룹사들의 시장가치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는 포스코, 현대중공업, SK, S-오일순으로, 증가율로는 S-오일, 현대중공업, 포스코, OCI, SK의 순이었다.
SK와 S-오일은 일본 정유시설 파괴에 따른 상대적 수혜가 컸다. 현대중공업은 원자력 대체과정에서 LNG 수송 수요 증가와 재해 복구과정에서의 건설장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호재로 작용했다. OCI는 원자력 에너지의 위험성 노출에 따라 대체에너지인 태양광이 주목 받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반면 삼성, 현대차, 금호아시아나, 신세계, 한국전력, KT는 시가총액이 오히려 줄었다. 감소액 상위는 삼성, 현대차, 금호아시아나의 순이었고, 감소율 상위는 금호아시아나, 신세계, 한국전력, KT의 순이었다.
삼성과 현대차는 주요 제품이 일본과 경쟁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부품 수입차질이 우려되면서 주가가 되려 조정을 받았다. 신세계와 KT, 한국전력 등 내수주도 엔강세에 따른 원화약세의 부담이 적지 않았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 비교적 다양한 업종을 영위하는 4대그룹 계열사 별 주가 희비도 교차했다.
삼성은 삼성중공업이 8% 넘게 급등하며 두각을 나타낸 가운데 시총의 절반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3%이상 올랐고,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정밀화학 등 플랜트, 화학주가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금융주의 낙폭이 컸고, 주요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삼성전기와 삼성SDI, 제일모직 등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물산, 호텔신라, 제일기획 등 내수관련주도 낙폭이 컸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부문이 모두 부진했지만 철강부문 주력사인 현대제철이 8%넘게 오른데다, 최근 새식구로 맞이한 현대건설도 낙폭이 1% 안팍으로 제한되면서 시장가치 하락폭이 최소화됐다.
LG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 주력사들은 일본 수입부품 차질 우려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최대 주력사인 LG화학이 7%이상 급등하면서 그룹 전체 시총은 소폭 증가했다. 덕분에 지주사 ㈜LG 주가도 소폭 올랐다.
SK의 경우 4대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덕을 톡톡히 봤다. SK이노베이션은 14~17일 새 11% 넘게 주가가 급등했고, 형식적 지주사인 SK는 13%, 화학계열사인 SKC는 12%나 올랐다. 내수주 부진에도 불구, SK텔레콤이 보합세를 유지해 준 것도 적잖은 보탬이 됐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