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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려주세요”격문…서남표式 개혁 쇄신요구 봇물
학생 4명과 교수까지 자살한 ‘초상집’ 카이스트(KAIST)가 사상 초유의 이틀간 수업 전면 휴강에 들어가면서 수습책을 모색에 나섰다. 참여연대는 감사원에 카이스트 감사를 청구하는 등 카이스트 사태가 점점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정재승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가 잇단 자살을 막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는 등 현 체재 속에서의 내부 쇄신작업이 구체화하고 있으나 ‘개혁안을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어 ‘자살 부른 개혁’의 당사자인 서남표 총장에 대한 학내외 퇴진요구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전면 휴강 첫날 카이스트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교내 곳곳에 “우리를 살려주세요”라는 격문이 나붙었고,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고강도 새판짜기를 요구할 계획이다.

▶서 총장 지지파 반대파 갈등양상=‘차등 등록금제’는 폐지됐다지만 ‘전과목 영어강의’ ‘상대평가’ 등 각종 사안을 놓고 학교와 학계, 나아가 각계 각층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대다수 학생들은 “외형적인 성장에만 몰두해 대학구성원들이 병들어 가는 것을 방치했다”며 “상대평가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안타까운 일은 계속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남표 개혁에 반대하는 구성원들이 늘고 있지만 옹호하는 측도 적지 않아 친 서남표, 반 서남표파로 갈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교수는 “‘차등 등록금제’ 실시 이후 학교를 1년 더 다니는 ‘5학년’ 학생이 절반 넘게 줄었다”며 “경쟁은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 카이스트에서 그 정도 ‘페널티’는 필요하지 않냐”고 말했다.

▶비대위 “개혁안 곧 마련”=비상대책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정재승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비상대책위원회 일원으로 카이스트가 국민의 기대 이상으로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교육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어찌 서남표 총장 혼자만의 책임이겠느냐”며 “대학에서 가르쳐야 할 것은 경쟁과 협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과 세상에 대한 연민 모두이며 일견 모순돼 보이지만 모두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학본부에 대한 불신은 계속되고 있다. 12일 오후에 예정된 서남표 총장 간담회에 대해 학교 측은 강행하겠다는 뜻인 반면 학생회 측은 사실상 거부하는 등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희경 카이스트 기획처장은 “10일 밤부터 계속 보직교수들이 회의를 갖고 있다”며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간담회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최인철 카이스트 부총학생회장은 “어제 슬픈 소식도 있고 해서 내일 서 총장과의 간담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간담회 참석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카이스트 감사 청구=참여연대는 11일 카이스트의 차등등록금제도와 8학기 이상 학교를 다닐 경우 800여만원의 납입금을 납부케 하는 연차초과제도 등이 위법 및 공익에 반하는 행위라며 ▷차등등록금제도 ▷연차초과제도 ▷재수강 제한제도 ▷학점 취득을 위한 계절학기제도 미 채택 정책 등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 총장이 시행해온 차등등록금 제도는 ‘공익사항에 관한 감사원 감사청구처리에 관한 규정’의 ‘공공기관의 사무처리가 법령위반 또는 부패행위로 인하여 공익을 현저히 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감사 청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신상윤ㆍ박수진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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