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잇따라 친딸을 성폭행한 아버지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하자 피해자인 딸과 가족이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성폭행범에 대한 신상공개는 필요하지만, 이를 통해 피해자인 딸과 가족이 또 다시 피해를 입는다면, 당초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수원지법 제12형사부(위현석 부장판사)는 12일 자신의 10대 친딸을 약 2년 간 수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구속 기소된 장 모(40)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신상정보를 5년간 정보통신망에 공개하도록 명령했다.
장씨는 지난 2006년 6월부터 약 2년 간 자신의 14살짜리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 딸이 자해를 시도하고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앞서 전주지법 제2형사부도 최근 친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46)씨에게 징역 2년8월에 신상정보 5년을 선고했고, 창원지법 제4형사부도 어린 친딸을 4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K씨에 대해 징역 7년과 정보공개 5년형을 선고했다.
이처럼 전국의 각 법원에서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 특히 친족에 의한 성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신상정보공개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어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성범죄자 자신의 얼굴과 이름, 주소, 나이 등이 여성가족부 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코너에 등재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정보가 공개될 경우, 범죄수법과 주소를 자세히 기록하지 않는다해도 아버지의 얼굴이 알려질 경우 피해자 본인과 가족을 쉽게 유추할 수 있어 추가적인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성범죄자 신상공개의 취지는 성폭력 사건의 재발방지와 제2, 제3의 피해자를 막기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아버지에 의한 사건의 경우 공개되는 순간 피해자가 그대로 노출돼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국장은 “법원에서는 법률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말고 피해자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피해자 중심에서 판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수원지법 관계자는 “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자에 대해서는 법률에 따라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선고하고 있다”며 “그러나 일반인이 피해자를 유추할 수 없도록 피해내용은 전혀 표기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는 형이 확정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로 여성가족부 ‘성범죄자 알림e’시스템을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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