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가 세계경기 회복을 저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일본 원전사태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면서 국제유가가 이틀째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2일 내놓은 월례 보고서에서 “유가가 100달러 이상의 가격 여건이 지속되면 현재 예상되고 있는 경기회복 속도와 양립할 수 없다는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3개월 간 유가는 신흥국의 수요증가로 한때 배럴 당 127달러에 육박하면서 2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전날 국제통화기금(IMF)도 높은 유가가 견조한 글로벌 성장세에 위험요인이 된다고 경고하면서 올해 미국과 일본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2%포인트씩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고유가로 경기회복세가 타격을 받고 원유수요도 예상보다 부진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조성돼 유가하락을 견인했다.
특히 IEA는 고유가로 인해 원유수요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면서 석유 수요가 예상만큼 증가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데이비드 피페 IEA 산업시장 국장은 “지난해 가을부터 수요 증가세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이런 현상이 계속됐고 중국도 현재 원유 수요 증가세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최고등급인 7등급으로 조정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오일아웃룩스앤오피니언 사의 칼 래리 대표는 “원전 사태로 일본이 원유를 얼마나 더 수입하느냐보다 경제가 얼마나 더 악화되느냐가 주요 우려”라면서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다음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IEA는 올해 석유수요가 일일 8940만배럴로 1.6%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지난달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올해 전 세계 석유수요량이 139만배럴(1.61%) 증가한 하루 8794만배럴로 예상된다고 밝혀 직전 전망치 8774만배럴보다 20만배럴 가량 높여 잡았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3.67달러(3.3%) 내린 배럴 당 106.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30일 104.27달러를 기록한 이후 2주일 만에 최저치다. 이날 런던ICE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도 3.32달러(2.7%) 내린 배럴당 120.66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