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로 전세계에서 일본산 제품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일본 수출기업의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농ㆍ수산물은 물론 공산품까지 수입 규제가 강화돼 자동차ㆍ전기업체 등 산업계 전반에서 제품에 대한 방사성 물질 검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원전 피해지역과 무관한 업체의 해외 계약 취소가 잇달으면서 수출기업은 말그대로 비상에 걸렸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방사선 검사 비용을 1차 추가경정예산에 포함시키는 등 보조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車ㆍ전기까지 방사선 검사=일본자동차공업협회(JAMA)는 수출 차량에 대해 방사선 검사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20일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도요타를 포함 14개 업체를 대표하는 자동차공업협회는 “일본내 생산지와 수출항의 방사선 수준은 인체에 위험한 정도는 아니지만 국내외 소비자들로부터 일본 생산 자동차에 대한 안전 문의를 받았다”며 “각사가 통일된 기준에 근거해 자체 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세관은 일본에서 수입한 중고차에서 통상치의 3~6배에 달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자, 격리조치한 바 있다.
반도체업체인 르네상스일렉트로닉스와 일부 가전업체도 유럽 등 해외 거래처에서 방사선 관련 문의가 쇄도해 자체 검사에 가세했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등 8개 국가 및 지역에서 일본산 공산품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원전사고 이후 일본산 식품에 대해 수입을 제한하는 국가는 29개국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일본 전역 상공회의소는 안전성 확보를 위해 수출 증명서에 방사선량 기입란을 별도로 신설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들 검사 비용에 울상=수출기업은 수입 규제도 모자라 막대한 검사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방사선량 검사를 전문 기관에 의뢰하면 건당 수만~수십만엔의 비용이 들어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파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검사는 선적시 10대 정도를 골라 샘플방식으로 하고 있지만 전량으로 확대되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한숨을 지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수출기업의 검사 비용을 1차 추가경정예산에 포함시켜 보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관서지방서도 계약 취소 잇달아=수출 계약 취소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계 없는 지역에서도 속출하고 있다.
20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관서지방 효고현의 코베 시와 북동부의 니가타 현 등 원전사고의 피해가 닿지 않은 곳에서도 계약 파기 사례가 잇달아 나타났다.
코베 시의 과자 수출업체는 “해외에서 제조공장, 제조일, 제조루트를 알려달라는 문의가 쇄도하더니 결국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코베 항에서 영국으로 출하를 대기 중이던 상품이 갑작스런 계약 취소로 회수된 적도 있다.
니가타현의 제과회사 관계자도 “원자재가 원전사태 이전에 입하돼 방사능 오염 우려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취소는 계속되고 있다”며 “심지어 원자재 수송 트럭이 후쿠시마현을 통과했다는 것만으로도 거래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본 정부는 세계 각국에서 방사능 오염에 대한 근거없는 소문으로 수출 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각국 대사관을 통해 냉정한 대응을 거듭 촉구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