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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개혁 파장...부글부글 끓는 서초동
국회 시행령 개정안 제출요구

檢 불응으로 정면충돌 예고


“양형은 우리 고유 권한”

법원도 사법권 침해 반발


말은 ‘극도로’ 아꼈다. 그러나 격앙된 표정마저 감출 수는 없었다. 2011년 4월 20일 ‘잔인한 4월’을 맞은 검찰과 법원의 분위기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전체회의를 강행하자 법원과 검찰은 발칵 뒤집혔다. 물론 수순상 예견됐고, 현실화 과정에서 많은 기회가 있지만 서초동의 충격은 만만치 않다.


▶검찰 “우리 얘기는 안 듣고 일괄타결…어불성설”=이날 법무부·대검찰청 간부들은 사개특위 전체회의 진행 과정과 토의 결과를 접하고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가 국회에 낸 의견이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백날 얘기해 봐야 뭐하겠느냐”고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대검도 김준규 총장을 비롯한 간부진이 긴급회의를 갖고 국회 논의 과정을 예의 주시했다. 김 총장은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법무부와 검찰은 특히 대검 중수부의 수사기능 폐지는 수족을 자르는 것과 같은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판·검사와 국회의원을 수사대상으로 하는 특별수사청 설치와 경찰 수사개시권 부여도 검찰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핵심 사안이다. 법무부는 “검찰 쪽의 의견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국회가 당초 만들고자 했던 방향으로 나온 결과”라며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검찰 측은 전날 국회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등과 관련, 검찰청법 시행령 개정안을 제출하라고 한 요구에 응하지 않아 국회와의 정면충돌을 예고한 바 있다. 대검 중수부 폐지 및 특별수사청 설치,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동시에 밖으로 보여지는 감정적 대처를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대신 검찰 개혁안과 관련한 의견을 제출하는 것으로 국회 요구에 응답했다. 논란의 핵심인 중수부 폐지 문제와 관련해선 그 설치 근거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는 만큼 행정부의 직제 개편을 운운하는 것은 입법부의 월권행위라는 논리를 앞세웠다. 향후 대형비리 수사에 취약해질 가능성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훼손한다는 이유도 들었다. 특별수사청 설치와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선 소추기관 사이 비효율적 경쟁, 지휘관계의 부적절성 등을 각각 이유로 내세웠다.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검찰은 “(개혁안에 대해) 부분적으로는 합리적 방안을 정해 최선의 대안을 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의 전체회의가 진행되던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사진은 대검 관계자들이 바삐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안훈 기자/rosedale@


▶법원, “사법부가 국회 시녀냐”…불만 팽배=법원도 대법관을 20명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개혁안에 불만스러운 기류가 팽배하다. 대법관 1인당 사건 처리 건수가 연간 3000건인 상황에서 대법관 증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논리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최근 “대법원에 상고되는 사건들의 5%가량만이 받아들여져 원심이 파기되고 있다”며 “국가 전체적인 차원에서 상고심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대법원이 맡을 사건을 걸러낼 수 있는 상고심사부 또는 상고허가제를 실시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 또 대법관을 증원해 개혁안대로 운영될 경우 대법원 판례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사개특위 방안대로 전원합의체를 20명의 대법관으로 구성할 경우 전원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양형기준법에 대해서도 법원은 싸늘한 반응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판사는 형량을 선고할 때 개별사건에 따라 미리 정해진 기준대로만 해야 하며, 마음대로 형량을 올리거나 줄일 수 없게 된다. 법원이 만든 양형 기준도 반드시 국회 동의를 거쳐야만 한다. 법원 내부에서는 양형기준을 법으로 강제하면 결국 재판부의 재량권과 사법권이 과도하게 침해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양형은 사법부의 고유 영역으로 양형기준법은 헌법상 재판의 독립과 권력분립의 원칙에도 어긋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권도경ㆍ백웅기 기자/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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