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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 무려 105개...‘성형 천국’ 부산서 무슨 일이?

동북아 의료관광 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의 꿈’이 흔들리고 있다. 부산 의료관광의 핵심인 서면 메디컬스트리트가 최근 과대광고 수사와 연쇄 사망사건 기소, 무면허 시술, 경찰의 무더기 수사 등으로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부산시 의료관광 시책의 핵심인 서면 메디컬스트리트 사업은 국비와 시비, 구비를 합해 30억원을 들여 진행되고 있다.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안과 등이 주종을 이루며 이곳에 위치한 의료시설만 150곳이 넘는다. 이중 가장 각광을 받는 분야는 성형외과. 하지만 이 곳의 성형외과 병원에서는 최근까지 심상치않은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부산 성형 의료계를 흔드는 첫번째 사건은 과장광고 수사. 부산 북부경찰서는 서면을 중심으로한 성형외과 70여곳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들 성형외과들은 홈페이지에 허위, 과장광고를 게재해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전체 부산시 성형외과 의료기관 105곳 중 홈페이지를 폐쇄한 곳 등 일부를 제외하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성형외과 90% 이상이 입건된 초유의 사건이다.

두번째 악재로는 2009년 발생한 성형환자 연쇄 사망사건이 1년7개월만에 검찰에 의해 기소된 것이다.

부산지검 형사4부는 마취제 관리를 소홀히 해 환자를 숨지게 하거나 상처를 입힌 혐의로 성형외과 전문의 신모(37)씨를 최근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2009년 9월 부산 부산진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신씨로부터 가슴확대 수술과 지방흡입술을 받은 여성 2명이 수술부위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숨지고, 지방흡입술 등을 받은 여성 1명이 한때 중태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사건이다.

당시 숨진 환자들의 혈액에서 패혈증의 원인균인 아크로모박터와 세라티아가 공통으로 검출됐지만 수술도구나 주사제, 수술실 등에서 이물질이 나오지 않았고 수술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검찰은 장장 1년7개월에 걸쳐 보완수사를 해왔다. 검찰은 마취제 ‘프로포폴’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수술부위 감염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대두유가 포함된 지질제재로 변질도히기 쉬운 프로포폴을 재사용했고, 마취과 전문의 없이 마취제를 투여하는 등 사용상 부주의에 의해 환자들이 연쇄적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이다.

세번째로 부산 의료계를 흔든 사건은 가짜 성형의사 사건이다. 부산경찰은 지난 2월말 자격증 없이 475명을 상대로 성형수술을 해온 가짜 의사 박모(38)씨를 구속하고, 박씨에게 고용된 의사 2명도 함께 구속했다. 또한 경찰은 설립요건에 미달한 병원의 개원을 묵인해 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보건소 공무원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물론 이 사건의 피해자 중 상당수는 심각한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연이은 사고로 부산시가 심혈을 기우려 조성해왔던 메디컬스트리트는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부산시민들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데에는 감독기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한다. 심각한 피해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성과를 자랑하며 호들갑을 떠는 부산시의 모습이 시민들의 눈에 좋게 비칠리 없다.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부산시가 나서 전체 의료시설에 대한 총체적 점검을 실시해야 하고 점검결과를 바탕으로 관리체계를 시정하고, 부적격 의료인들을 퇴출시켜 국제적 의료시티로서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부산=윤정희 기자 @cgnhee>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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