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상황이 일진일퇴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사고 발생 40일만에 처음으로 ‘핵연료 용융 가능성’을 시인했다.
2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20일 1~3호기에 로봇을 투입해 원전내 상황을 촬영한 결과 1호기의 원자로에서 연료가 용융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도쿄전력의 마쓰모토 준이치(松本純一) 원자력ㆍ입지본부장 대리는 로봇이 촬영한 노심용융 이미지를 설명하면서 “노심이 물엿처럼 끈적끈적하게 녹아 아래로 떨어져 쌓여 있는 상태”라며 “피복관이 갈라져 연료봉이 노출된 현상도 있는 것으로 보여 노심이 녹아내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압력용기의 하부 온도가 상부보다 낮은 것도 노심 용융의 근거로 제기됐다.
도쿄전력은 그동안 연료 손상과 관련해 “표면에 구멍이 생겼거나 피복관이 갈라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하면서도 핵연료 용융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피해 왔다. 지난 18일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이 원전에 사용하는 연료의 재료인 펠릿이 녹았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이마저도 한달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하지만 핵연료 용융 가능성은 원전 사고 직후부터 제기돼 왔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지난달부터 1~3호기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나온 것에 착안해 핵연료가 용융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로봇이 촬영한 1~3호기의 내부상태는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1호기의 격납용기 내부에 물이 새로 차오르고 있는 것이 발견됐고 고농도 방사선량(50분간 18.9밀리시버트)이 관측됐다.
1호기의 경우, 원전 수습 로드맵에 따라 3개월내에 ‘수장 냉각’이 이루어질 예정이었으나 격납용기내의 물이 추가로 발견돼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도쿄전력 측은 격납용기에 쌓인 물이 그 안에 들어 있는 압력용기를 냉각하기 위해 뿌린 물이 흘러내린 것인지, 수증기가 고체화돼 녹아 내린 것인지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2호기는 습도가 문제가 됐다. 2호기 내부 습도는 94~99%로 로봇의 카메라 렌즈가 뿌옇게 변할 정도로 시야를 가렸다. 잔해 더미에 쌓여 있는 3호기는 배전반 문이 열려 있어 전원설비 피해가 우려됐다.
신문은 작업원이 들어갈 수 있도록 방사선량 농도를 낮추고 환기를 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