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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다른 신데렐라?... 로열웨딩으로 英신분상승 논란
왕자님과 평민 아가씨, 궁전과 웅장한 결혼식 등 동화적 요소가 모두 들어 있는 로열웨딩은 말 그대로 신데렐라 판타지의 실현이다. 특히 윌리엄 왕자의 약혼녀인 케이트 미들턴의 외가가 광부 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탄광에서 궁전으로’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영국 내 계급이동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현대판 신데렐라가 눈앞에서 탄생하고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가 “사회 밑바닥 계층이 꼭대기로 올라오도록 돕겠다”고 나섰지만 과연 현대 영국 사회가 또다른 신데렐라 스토리의 탄생이 가능한 구조인가 하는 논쟁이다.

▶“또다른 신데렐라 탄생 보기 어려울 것”=우선 FT는 미들턴의 경우 서민층이 아닌, 확고한 중산층 배경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들턴의 할아버지는 영국 왕실 공군 소속 파일럿이었고 친가는 대대로 영국 리즈 지역의 변호사 및 상인 출신이다. 미들턴 자신은 부모가 파티용품 판매업으로 모든 재산으로 영국에서 가장 학비가 비싼 말보로 기숙학교와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을 나왔다. 윌리엄 왕자를 만난 곳도 이곳이다. 레이 교수는 아무리 왕자가 자유분방하다 해도 “그저 그런 대학 출신의 여성을 배우자로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FT는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계급은 사라졌지만 최근까지도 사실상 사회계급이 존재하며 계급 간 이동은 오히려 더 심화됐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토니 블레어 내각에서 장관을 지냈던 앨런 밀번은 “요즘 아이들은 나처럼 공공주택 단지에서 자라 정계에 진출하는 성공 스토리를 쓰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비록 1950년대 이후 의무교육이 늘면서 변호사, 간호사, 교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긴 했으나 노동자 계층의 상급학교 진학률은 여전히 낮아 드라마틱한 신분상승은 생각만큼 흔치 않다는 것이다.

▶“건강한 성공 스토리 만드는 문화 연구해야”=FT는 국제화로 제조업이 개도국으로 넘어가고 정부가 공공부문 예산을 삭감하면서 서비스 부문에 종사하는 서민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돼 이 같은 신분상승은 더욱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가 긴축재정에 들어간 후 빈민층 학생들을 위한 보조금은 3분의2가량 삭감됐고 대학 등록금은 최고 3배까지 올랐다. 우체부 출신의 앨런 존슨 전 노동부 장관은 “대처 키즈에서 블레어 키즈까지 신분 상승이 끝나면 이후 계급 간 이동은 다시 침체될 것”이라면서 “신분상승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싱크탱크인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의 조나단 포테스는 최근 중국과 아프리카 이민자들의 약진을 예로 들면서 “이는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평생 가난하게 살라는 원칙 따위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역설했다. 다만 그는 “중국 어린이들이 놀라운 성과를 올리는 환경과 문화는 어떤 것인지, 그것을 어떻게 다른 집단에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테스는 “분명한 것은 왕자와 결혼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왕자는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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