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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어린이 장래희망, 美 스파이더맨, 日 식당주인...한국은?
한국은 연예인. 일본은 식당주인ㆍ식당주인, 미국은 스파이더맨. 중국은 기업 CEO.

나라마다 어린이들의 꿈은 다르다.

지구촌 어린이들이 꿈꾸는 직업은 시대와 그 나라의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변신을 거듭했다. 한국만 봐도 80~90년대 아이들의 장래희망으로 자주 오르내렸던 대통령, 판사, 군인 같은 직업은 2000년대에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수직적 사회구조 속에서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던 이같은 직업은 더이상 어린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유홍준 성균관대(사회학과) 교수는 “어린이의 장래희망이 그 나라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실질적 척도로는 볼 수 없지만 부모, 교사, 미디어 등을 통해 걸러진 사회화 내용으로는 볼 수 있다”며 “최근 아이들이 장래희망은 과거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日여아 14년째 “음식점 주인”=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시대에 따라 달라질 법도 하지만 일본 여자 어린이의 희망직업은 14년간 한결같이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음식점 주인’.

일본 제일생명보험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전국 초등학생 및 보육ㆍ유치원생 14만명을 대상으로 한 2010년 장래희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자 어린이는 음식점 주인, 남자 어린이는 축구선수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여자 어린이의 선호직업 1위인 ‘음식점 주인’은 한국 어린이들에게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장래희망이지만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 이유가 있다. 서양 식문화가 발달하면서 TV나 잡지 등 매체에서 유명 레스토랑이나 맛있는 케이크 전문점이 소개되는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디저트 문화의 유행은 과자나 케이크를 굽는 파티셰에 대한 직업 선호도를 높이기도 했다. 일본의 가방 메이커 ‘쿠라레’가 최근 실시한 초등학교 입학생 설문조사에서는 여자아이의 희망직업 1위로 ‘빵과 케이크, 과자가게 주인’이 선정됐다.

이밖에도 선생님, 간호사 등 전통적인 여성직업이 꾸준한 인기를 보였고 디자이너, 약사도 새롭게 10위권에 진입했다.

남자 어린의 경우는 ‘축구선수’가 7년만에 ‘야구선수’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에서 일본 대표선수들이 대활약하며 16강에 오른 것이 계기가 됐다.

이외에도 작년 26위였던 가수ㆍ탤런트가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인기 아이돌 그룹 아라시(嵐) 열풍과 젊은 코미디언에 대한 동경심이 아이들에 좋은 인상을 심은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이같은 일본 어린이의 장래희망에 대해 유 교수는 “일본 아이들은 예전부터 장래희망을 말할 때 미용사, 동물 조련사 등 기능을 앞세워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며 “이는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거나 직업교육이 우리나라보다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美 아이들은 영웅을 꿈꾼다(?)=미국의 경우는 흥미롭게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직업인 ‘수퍼 히어로’가 인기를 끌었다. 특히 미취학 남자 아이(만 5세) 사이에서는 스파이더맨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여자아이는 ‘공주’와 만화 캐릭터 ‘스폰지밥’이 되고 싶다고 답하기도 했다.

포브스가 뉴욕에 거주하는 5~12세의 어린이 수백명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취학 아동에게는 스파이더맨, 6세 이상 초등학생들에게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소방관이나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응답이 많았다. 또한 작가, 팝스타, 스포츠 선수, 의사, 우주비행사, 댄서도 톱10에 들었다.

미국에서 소방관이 인기있는 이유는 고등학교 졸업만으로도 충분히 지원이 가능하고 직장보험, 퇴직연금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 외에도 9.11 테러 이후 인명을 구조하는 공공서비스 분야의 직업이 꾸준한 인기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애국심을 강조하고 어릴적부터 히어로물을 많이 접하는데다 소방관, 경찰관, 군인의 희생에 대한 보상도 잘 이루어지고 있어 선호대상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연예인이 대세=한국 어린이의 장래희망은 2007년부터 연예인이 1위를 고수하고 있다. 2007년 야후코리아의 조사에서 가수가 1위를 차지한 이래 등전문 학습사이트 에듀모아가 올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연예인이 선두를 지켰다.

에듀모아가 초등학생 954명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19.7%(188명)가 연예인이라고 답했다.

이어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17.5%)과 선생님(13.6%)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고, 예술가(12.6%), 스포츠 선수(11.4%), 공무원(11%), 학자(10.2%), 사업가(4%)가 그 뒤를 이었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이유는 ‘멋져 보여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에 대해 아동학자들은 “억눌린 욕구를 발산하고자 하는 심리와 화려함에 대한 동경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실질적으로 성공확률은 매우 낮아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래희망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느냐’의 질문에는 ‘뚜렷한 장래희망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수가 59.5%에 달해, 자신의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고 싶은 것이 많아 결정을 못내렸다’는 응답도 21.7%에 달했다.

아울러 자신의 장래희망에 대한 부모님의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50.1%가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여러가지 도움을 주신다’고 응답했다. 이어 ‘찬성은 하지만 직접적으로 도와주지는 않는다’가 25.1%, ‘반대가 심하고 다른 것을 권유한다’는 응답도 7.1% 나왔다.

‘꿈을 이루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한 질문에는 46.4%가 우수한 성적이라고 답했고, 바른 인성(24.8%), 리더십(15.1%), 멋진 외모 (10.6%), 경제 여건(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현실, 체면중시 중국은 CEO=중국 어린이들의 장래희망 1위는 기업 CEO로 나타났다. 베이징청소년연구소가 초등학생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1%가 “어른이 되면 CEO가 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어 연예인이 20.5%로 기업가를 바짝 추격했다. 3위는 응답자 가운데 18.5%가 답한 과학자가 차지했다. 반면, 가장 되기 싫은 직업으로는 농민, 노동자, 교사가 꼽혔다.

동남아시아의 싱가포르에서는 변호사, 의사, 선생님 등 고전적인 직업이 강세를 보였다. 글로벌인력 전문기업인 아데코 싱가포르가 7~14세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변호사는 2년 연속 최고의 직업에 올랐다.

또한 의사가 되고 싶다는 어린이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을 돕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기 개발자, F1(포뮬러원) 드라이버, 게임 평론가, 연예인도 희망 직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한미일 어린이들이 꿈꾸는 직업은 다르지만 공통점도 있다. 순수성과 상상력이 현실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전적인 부분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포브스는 “아이들이 장래희망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수입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아이들은 소방관이나 댄서가 우주비행사나 의사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소방관과 경찰관의 연소득은 각각 4만4130달러, 5만670달러에 그쳐 우주비행사(10만737달러)의 절반수준에 불과했다.

싱가포르 어린이(7~14세) 역시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많은 직업이 좋다는 응답이 93%에 달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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