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보누출 우려 단독작전
파키스탄-中 공조 가능성도
미국이 파키스탄에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를 급습하면서 정보 누출을 우려, 애초부터 파키스탄과의 작전 공조을 배제했다고 밝힌 데 대해 파키스탄이 “자국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받아치면서 양국 간 새로운 긴장국면이 형성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대테러 전쟁의 파트너인 파키스탄이 미국의 지원만 챙기고 뒤로는 테러 세력을 숨기는 ‘이중 플레이’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 “파, 작전 망칠 수 있어” vs “美, 일방적 작전”=리언 파네타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3일(이하 현지시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파키스탄과의 공조는 빈 라덴 세력에 경계심만 강화하는 등 작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판단해 공조를 배제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의 군사작전은 “승인되지 않은 일방의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해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이런 작전은 때로는 국제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파키스탄 정보국(ISI)과 무슬림 원리주의 집단 간의 공조 가능성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존 브레넌 백악관 테러담당 보좌관은 2일 브 리핑에서 “빈 라덴을 지원하고 연락을 돕는 네트워크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그것이 파키스탄 정부 내 인물인지 아닌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파키스탄 당국이 규명하기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을 요구했다.
빈 라덴의 사망이 미국과 파키스탄 관계에 가장 큰 피해를 초래할 것이란 전망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미 의원들이 빈 라덴의 거처가 아보타바드에 있었던 점을 주목하며 파키스탄을 압박하는 데다 2001년 이후 매년 20억달러(2조1000억원) 가까운 지원액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프랭크 로텐버그 상원의원도 “동전 한 푼이라도 추가 지원하기 전에 파키스탄이 대테러전쟁에서 우리와 같은 편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美ㆍ印 vs 中ㆍ파” 새 구도 탄생 전망도=미국 내 파키스탄 비난여론이 고조되자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자르다리 대통령은 2일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아내인 고(故)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빈 라덴 일당에 희생됐다고 주장하면서 “대테러전은 미국의 전쟁이자 파키스탄의 전쟁”이라고 일각의 의혹 제기에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내에선 알카에다가 자국민과 군대를 향해 보복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면서 파키스탄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 및 보복테러 우려로 안팎으로 시련에 봉착한 형국에 처했다.
한편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미국과 파키스탄 간의 관계 악화로 미국과 인도, 중국과 파키스탄 간 대립구조가 새롭게 형성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이날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파키스탄 지지를 공언한 사실을 언급하고 “중국은 파키스탄에 개발원조를 투입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관계가 깊다”면서 동남아시아에서 이 같은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