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은 진화론의 실증적 근거를 얻기 위해 세계일주 여행을 하던 중 병을 얻어 숨졌다고 미국의 소화기병 전문가가 주장했다.
역사적 인물들의 지병과 죽음을 주제로 열린 의학회의에서 토머스 제퍼슨 대학의 시드니 코언 교수는 다윈이 평생 ‘주기적 구토 증후군’과 ‘샤가스병’, 그리고 헬리코박터균 감염증을 앓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윈의 증상은 한 가지 병으로만은 설명되지 않는다면서 “증상은 사방에 널려 있었고 이를 종합하면 그를 평생 괴롭힌 병들과 꼭 들어맞는다”고 강조했다.
1809년에 태어나 1882년 사망한 다윈은 20대 청년 시절 해군 측량선 비글호를 타고 세계를 여행했고 여행 중에 관찰한 사실들을 근거로 ‘종의 기원’을 저술했지만 갖가지 질병으로 평생 고생했다. 그는 매끼 식사가 끝날 때마다 찾아오는 구토와 심한 심장의 두근거림, 두통을 호소했는데 당시 의사들은 정신분열증, 심기증(心氣症ㆍ건강염려증), 맹장염 등의 진단을 내렸다.
코언 교수는 다윈이 젊은 시절 반복적인 구토 후 정상적인 건강을 되찾는 일이 계속됐지만 체중과 영양상태가 정상을 유지한 것은 그가 음식을 토하지 않고 위액 등 분비액만 토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다윈이 배를 타고 5년간 여행하는 동안 중남미의 풍토병인 샤가스병에 걸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 수면병이라고도 불리는 이 병은 침노린재를 매개로 감염되며 여러 해의 잠복기 후에 나타날 수 있다.
다윈은 아르헨티나 여행 중 침노린재에 물린 뒤 열병을 앓았다는 기록을 남겼는데 코언 교수는 이것이 다윈의 소화기병과 심장질환의 원인이 돼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윈이 이 밖에도 소화성 궤양을 일으키고 샤가스병과도 관련이 있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주기적 구토증상은 편두통약으로 상당 부분 치료가 가능하지만 샤가스병은 아직도 난치병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알렉산더 대왕과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부커 T. 워싱턴(노예로 태어났으나 훗날 대학을 설립한 미국 교육자) 등 역사적 인물의 분명치 않은 사인을 현대 의학 지식으로 재해석하는 이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당시 과학자들과 의사들이 현대 과학의 아버지인 다윈의 평생 지병을 고쳐주지 못한 것은 무척이나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다윈은 병 중에도 연구를 계속했지만 자신과 자녀의 병은 연구와 상호 영향을 미쳤다. 진화에 관한 가설을 완성해 갈 무렵 딸이 숨지자 다윈은 두 가지 가능성-오늘날 결핵으로 추정되는 딸의 병이 자신으로부터 대물림됐을 가능성과 사촌과의 근친혼 때문에 종의 건강이 약화했을 가능성- 때문에 괴로워했다.
코언은 “그는 이 사건에 책임감을 느꼈고 ‘적자생존’의 법칙이 현실에서 적용된다는 것을 깨닫고 외로움을 느꼈다. 자신이 세운 가설이 자기 가족에게서 나타나는 암울한 현실은 매우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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