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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포·좌절…그래도 희망의 꽃은 핀다
3·11 일본 대지진 그후 두 달…
방사능 공포속 13만명 자원봉사

위기극복 동참 끝없는 행렬


차업계 가동률 50% 수준

전력수요 많은 목·금 휴무


원전내 방사성물질 위험 여전

고농도 오염수 제거 안간힘


도쿄 빠찡코 순번제 휴무

7월부터 절전모드로


#1. 일본의 골든위크(4월29일~5월5일)였던 지난주 열도 곳곳의 고속버스터미널은 동북부로 향하는 인파로 북적였다. 가족, 직장동료, 동호회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재해지역으로 자원봉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8000여명의 봉사자들이 다녀가면서 평년의 3배를 웃돌았다. 일부 지자체들은 교통혼잡과 숙식문제로 자원봉사자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대지진 발생이래 지난달까지 동북 3개현을 다녀간 자원봉사자 수는 13만명. 희망의 끈은 그렇게 자원봉사자들의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2. 도쿄 밤거리를 대표하는 현란한 빠찡꼬의 간판이 7월부터는 차분해진다. 여름 전력난을 우려해 자발적으로 절전운동에 참여하기로 했다. 도쿄 뿐만이 아닌 일본 전역의 빠찡꼬 업계가 순번제 휴업에 가담했다. 일본 사람들의 퇴근 후 즐거움으로 여겨졌던 빠찡꼬를 월 3회이상 갈수 없게 된 셈이다. 영업중단은 물론 자판기 소등까지 동원해 최대 25% 전력을 삭감하겠다는 계획이다. 자동차업계도 목ㆍ금요일은 쉬고 대신 전력여유가 있는 토ㆍ일요일에 가동하기로 했다. 

세계 지진 관측 사상 네번째 강진(규모 9.0)으로 기록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지 11일로 두 달을 맞았다. 지금 일본은 ‘상처’와 ‘희망’을 오가고 있다. ‘일본 침몰’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일본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고, 방사능 공포는 여전하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더욱 강해진 희망의 끈으로 위기 극복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사망자 15%는 신원미상=참사 2개월을 맞았지만 인명피해 규모는 줄지 않고 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10일 현재 사망자는 1만4949명, 실종자는 9880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사망자의 15%인 2193명은 신원조차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대피소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이재민은 한달전보다 3만명 줄었지만 아직도 12만명이 고된 피난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대지진과 쓰나미로 부모가 사망하거나 실종된 지진고아도 140명이나 된다.

경제적 피해규모는 최대 25조엔(332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간접손실과 원전사고로 인한 피해액이 포함되지 않아 전체적인 손실은 천문학적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일본 의회는 대지진 복구를 위한 4조153억엔(약 53조원) 규모의 1차 추가경정 예산안은 만장일치로 가결하고 복구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사능 유출 계속=도쿄전력은 지난달 17일 원전 안정화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고농도 오염수 증가와 원전내 방사능 수치가 높아 여전히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있다. 1호기의 경우 수관(水棺) 냉각방식이 검토됐지만 웅덩이에 고인 고농도 오염수가 아무리 퍼내도 줄지 않아 공기냉각 방식으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또한 3호기의 압력용기 온도가 치솟는 등 다른 원자로의 작업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다른 지역의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급기야 지난 9일에는 간 나오토 총리가 시즈오카현 하마오카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라고 지시해 운영사인 주부(中部)전력이 이를 수용했다.

아울러 간 총리는 지난 10일 일본의 원전 건설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원전사고 책임과 관련해 “도쿄전력과 함께 원자력을 국가정책으로 추진해 온 정부도 큰 책임이 있다”며 “일본 전력생산량중 원자력 발전 비율을 현재 30%에서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리기로 한 장기 에너지정책을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 초비상=대지진 이후 제조거점이나 물류망 복구는 탄력을 받고 있지만 자동차 등 부품부족 현상은 여전히 심각해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국제신용평가사 S&P가 지난달 일본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강등한 이유도 암울한 경제상황과 복구비용 증가로 인한 정부 채무 부담 때문이었다.

재해 발생 직후 일본의 자동차 12개사의 공장은 모두 정지했다. 이들 업체 생산 재개에 들어간 것은 지진 발생 한 달 후인 지난달 18일. 하지만 주요 부품이나 일부 도료 등의 공급은 아직 불안정한 상태다. 공장 재개후 가동률도 도요타, 혼다자동차 등 재해 이전의 50%에 그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생산 정상화를 당초 예정보다 2~3개월 앞당겨 올 9~10월께 이뤄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여름 전력부족으로 자동차 업계는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그룹이었던 도요타자동차는 대지진으로 북미ㆍ중국 등의 공장을 휴업하는 등 위기에 직면해 일부에서는 올해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에 선두자리를 내주고 독일의 폭스바겐에도 밀려 3위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은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도쿄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야마다 추헤이(30) 씨는 “무기력증에 빠졌던 일본의 위기극복 DNA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면서 “일본인들은 앞으로 이보다 더한 상황이 닥쳐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라 말하고 있다”며 일본의 재기 의지를 밝혔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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