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중동ㆍ아프리카의 ‘재스민 혁명’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나머지 재스민꽃 판매금지 등 엉뚱한 조치를 취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각)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보도했다.
중국어로 모리화(茉莉花)로 불리는 재스민은 중국인이 좋아하는 차(茶)의 재료이며, 이 꽃을 노래한 유명 전통 민요 ’모리화‘는 지난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과 작년 상하이(上海) 엑스포의 각종 식상에서 연주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2월 튀니지 혁명의 영향으로 중국 내에서 재스민 혁명을 촉구하는 운동이 일어나자, 모리화라는 단어가 휴대전화 메시지에서 차단되는가 하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모리화 노래를 부른 영상마저 중국 내 영상사이트에서 일제히 삭제되기도 했다.
이 같은 중국 정부 당국의 ’재스민 공포증‘이 계속되면서 매년 여름 광시(廣西)좡족(藏族)자치구에서 열리는 ’중국 국제 재스민 문화축제‘마저 현지 관리들의 지시로 취소됐다. 특히 베이징 공안당국은 지난 3월 초 베이징 일대 도·소매 화훼 시장에 대해 무기한 재스민 판매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런 조치를 내렸는지 베이징시 공안국은 답변하지 않고 있으나, 많은 화훼 농가들은 공안의 통보를 받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대형 꽃시장에서는 공안이 꽃 노점상들을 소집해 재스민을 팔지 않겠다고 서약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상인은 재스민을 사려는 사람이 보이면 당국에 신고하고 자동차 번호를 적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조치로 베이징 남부 다싱(大興)구의 한 재스민 재배 농민은 재스민꽃 가격이 작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주저앉아 손해를 보고 팔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이렇다 보니 재스민이 일본 방사선 오염과 연관이 있다느니, 어떤 치명적인 독에오염됐다느니, 심지어 파룬궁(法輪功) 지지자들이 중국 공산당 전복 시도에 재스민을 이용할 수 있다느니 등등 온갖 소문만 난무하는 실정이라고 IH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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