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장(사진)은 12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들뜬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연구소는 13일부터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도 해역에서 침몰선인 ‘마도 3호선’ 발굴 작업을 개시한다.
지난 2009년 발굴한 마도 1호선에서는 화물표 격인 목간(木簡)과 죽찰(竹札)이 발견됐다. 나주 해남 장흥 등지에서 곡물과 청자를 싣고 개경으로 향하던 배로,1208년(고려 희종 4년)이라는 연대가 적시돼 역사학계를 흥분시켰다.
지난해 발굴한 마도 2호선에서는 보존 상태와 예술성이 매우 뛰어난 국보급 청자가 나왔는데 물이나 술이 아닌 꿀을 담는 용도였던 것이 밝혀져 큰 의미를 지녔다.
이번 마도 3호선에는 어떤 ‘보물’이 담겨 있을지가 최대의 관심이다.
13일 안전기원제를 열고 본격적인 탐사에 들어간다. 성 소장은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힘이 된다”며 “통상 다른 지역의 경우 발굴 작업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데 이 지역(태안)에서는 마도 1, 2호선의 발굴 성과로 인해 어느 곳보다 협조적이어서 힘이 된다”고 했다. 안전기원제도 민 주도로 이뤄져 관과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으로 꾸몄다.
3호선은 2호선에서 동남쪽으로 300m쯤 떨어져있다. 성 소장은 “배의 잔해 일부만 확인한 상황이어서 선체 규모나 연대뿐만아니라 뭐가 발굴될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마도 해역이 ‘보물 해역’이 된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발굴 작업이 험난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살이 세고 안개가 시도 때도 없이 끼는 곳으로 예로부터 난파가 많고 가기 어려운 물길, ‘난행량(難行梁)’이라고 불렸다.
다만 발굴 작업은 1, 2호선 때보다 수월할 전망이다. 일단 수심이 상대적으로 낮다. 1호선은 18m, 2호선은 10m 정도 깊이였는데 3호선은 7m 내외다. 올해 안에 발굴을 마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연구소 측 조사원 8명, 민간 잠수사 7명, 바지선 2척을 동원해 탐사와 발굴, 잠수와 촬영을 동시에 펼친다.
선체와 유구가 얼마나 온전히 남아있느냐가 관건이다. “완전한 형태로 남으려면 난파와 함께 뻘로 온전히 덮여야 합니다. 물에 노출되면 5년 이내에 형체도 없이 해체되고 맙니다”
3호선은 본격 발굴 이후에야 그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수중 시계가 0.5~1m에 불과해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연구소 측은 지난 발굴을 뛰어넘는 성과를 조심스럽게 희망하고 있다. “욕심 같아서는 1, 2호선의 고려시대보다 앞서거나 아예 뒤의 것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선시대 조운선은 조사된 바가 없거든요. 만약 삼국시대 배가 확인된다면 그것 역시 큰 성과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세 번째 보물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