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호텔에서 여직원 성폭행 미수 혐의로 기소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 대해 미국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사퇴 임박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유력한 야당 대권주자로 부상한 스트로스-칸이 낙마 위기에 처하자 프랑스 정치권은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스트로스-칸 금명간 사임 전망=경찰서 구치소에서 하룻밤을 지낸 스트로스-칸 총재는 이날 오후 4시30분경 이스트할렘 경찰서 특수수사대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호텔 직원이 출두한 가운데 용의자 식별 절차를 받았다. 32세 흑인이라고만 확인된 이 직원은 용의자 선상에 선 여러 명의 남성 가운데 스트로스-칸 총재를 정확하게 지목했다. 용의자 확인 절차를 마친 이 여성은 머리에 모포를 뒤집어 쓴 채 경찰이 제공한 밴을 타고 떠났다. 법원은 DNA 검사 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스트로스-칸 총재의 법정 출두는 이번 혐의와 관련된 경찰의 법의학 검사에 협조한다는 이유로 15일(현지시각)에서 16일오전까지로 연기됐다.
IMF는 이날 오후 개최할 예정이던 비공식집행이사회를 16일 이후로 연기했다. IMF는 사건 후 존 립스키 수석부총재의 총재대행 체제로 전환하고 이날 오후 집행이사회를 열어 스트로스-칸 총재 기소 관련 브리핑을 받기로 했지만 사건의 추이를 좀 더 파악한 후 회의를 열기로 결정했다. 일부 외신은 스트로스-칸 총재가 금명간 사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 기소사실 인정 심리를 마친 후 ‘몇 시간 안에’ 사임할 것이라고 보도했으며 프랑스 블로그 아틀란티코도 프랑스 외교 전문을 인용, 스트로스-칸이 사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르코지, 재선 절호의 기회=2012년 프랑스 대선의 유력한 야당 후보였던 스트로스-칸 총재가 초대형 스캔들에 빠지면서 프랑스 정치 지형이 요동칠 조짐이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지난해부터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막론한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해 왔으며, 내달 사회당 경선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그간 스트로스-칸의 ‘여자문제’는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사생활에 비교적 관대한 프랑스 분위기 탓에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혐의는 그간의 구설수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어서 스트로스-칸이 대권 경쟁에서 낙마할 가능성이 커졌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고문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를 지낸 세계적석학 자크 아탈리는 스트로스-칸 총재가 이번 스캔들로 사회당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 정치권에서는 오브리 대표와 올랑드 전 대표, 세골렌 루아얄 전 대표 등그동안 스트로스-칸 총재에 뒤졌던 다른 사회당 대선 주자들이 반전 기회를 잡았다고 보고 있다. 또 그동안 사회당에 눌려왔던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사르코지 대통령도 재선에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라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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