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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찍에 흔들리는(?)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의약품 슈퍼 판매를 둘러싼 혼선이 극에 달하고 있다. 허용 여부에 대한 혼란에서부터 어느정도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다양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혼란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런 혼란의 중심에는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도 있다. 최근 4차례에 걸친 복지부 기자단과의 릴레이 오찬에서 의약품 슈퍼 판매에 대한 장관의 발언은 일관성이 부족해 보였다.
첫 번째 간담회가 있은 지난 4월 말 진 장관은 의약품 슈퍼 판매와 관련해 동네 골목 슈퍼와 같은 곳은 어렵겠지만 일정 규모를 갖춘 곳에선 의약품을 심야나 주말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간에 판매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그리고 의약품의 약국외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 일본과 미국의 예를 들면서 우리도 중장기적으로 약판매사 자격증 제도 등의 도입 검토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의 마지막 간담회에선 동네 슈퍼에서 의약품 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현실적 한계가 있으며, 허용하더라도 약사들이 약을 안 넣겠다고 하면 못하게 되는 상황을 전했다. 약복용 소비 형태도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을 지적하며, 부정적인 생각의 일단을 보였다. 의약품 슈퍼 판매를 둘러싼 논란을 다시금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이다.
지난 한 달간 어떤 일이 있었기에 생각에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정책방향이 의약품 슈퍼 판매를 일부 허용하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일선 약국들의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슈퍼 판매 허용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 알려지면서 관련 소비자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정부는 어떤 뚜렷한 결론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이슈와 관련해 앞으로도 어떤 일들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른다. 확정되지 않은 정책에 대한 불필요한 대가를 얼마나 치러야 할지 모르는 셈이다.
경제학 원론에는 ‘채찍효과(bullwhip effect)’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공급 사슬에서 최종 소비자로부터 멀어질수록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불필요한 재고를 쌓는 것을 말한다. 제품을 생산하는 입장에선 줄여야 할 대상인데, 이는 긴 채찍을 휘두를 때 손잡이 부분에 작은 힘만 주어도 끝 부분에 큰 파동이 생기는 것을 연상해 붙여진 말이다. 정확한 수요를 모를 때나 생산자에 대한 가격 및 생산량 정보가 부족할 때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채찍효과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비용은 총 생산비의 2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책을 만드는 정부가 수요자들의 정확한 요구를 알지 못할 때 이런저런 목소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또 정책 수요자 측에서도 정부정책 방향에 대한 인식이 떨어질 때 정책의 채찍효과는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경제학 원론에선 채찍효과를 줄이는 방법으로 3가지 정도를 제시한다. 공급망 전반의 중복수요를 줄이고, 소매업체나 유통업체 수요 데이터를 공급업체와 공유하며, 제조업체의 일관된 가격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다. 결국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바탕으로 한 공급자의 일관된 정책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보건복지부에도 마찬가지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결론을 내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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