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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S CHOICE] EXHIBITION 추억 양탄자 타고 마법의 성 문을 두드리다
월트 디즈니 특별전
여느 20대가 그러하듯, 혹은 10대와 30대가 그러하듯, 에디터의 어릴 적 기억 창고는 디즈니 캐릭터들로 그득하다. 일요일 아침이면 알람시계 없이도 눈이 번쩍 떠졌고, 어린이날 받은 인어공주비디오를 하루가 멀다 하고 몇 번씩 돌려봤었다. 당신도 이 정도 경력이라면, <월트 디즈니 특별전>의 문을 두드리기 위한 자격은 이미 충분하다. 두드려라. 한동안 굳게 닫혀 있던 추억의 창고 문도 마법처럼 열릴 것이다. 비비디 바비디 부!

 

누구도 몰랐던 비밀의 문을 열다

불결하고 징그럽다는 이유로 미움만 받던 동물 생쥐가, 어린이들의 사랑스러운 친구로 둔갑한 지 80여 년. 한 세기 남짓의 시간을 특정 분야에서 최고로 군림하다 보면, 어마어마한 뒷이야기들이 전설처럼 전해지기 마련이다. ‘월트 디즈니사’의 그 전설적인 이야기들이 한국,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다. 월트 디즈니의 초창기 단편 애니메이션 작업부터 시작하여 최신작인 라푼젤까지, 총 9개의 섹션에서 최고 엑기스 캐릭터들과 함께하는 600여 점의 작품들은, 그간 숨겨져 온 동화 속 세상의 건설 과정과 캐릭터들의 탄생 비화를 조심스럽게 공개한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고뇌와 참신함이 그대로 녹아있는 작품들에 경탄하다 보면, 열광하던 동화 속 공주들은 더 이상 허구의 캐릭터가 아닌 것 같다. 이들이야말로 우리가 잉태하고 꿈꿔온 환상의 실재가 아닐까.

익살스럽거나 마법처럼 아름답거나, 각자의 개성 뚜렷하게 간직하고 있는 수많은 존재들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이 이상하고 아름다운 동화 속 마을의 설계자는, 다름 아닌 월트디즈니.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평가를 받는 20세기 최고의 스토리텔러. 이번 전시의 부제가 ‘꿈과 환상의 스토리텔러’인 이유가 그에게 있다. 구전으로 신화로 떠돌아다니던 소위 옛날이야기들을 붙잡아, 기가 막히게 색을 입히고 생명을 불어넣는다. 허나 천재 이야기꾼에게도 이 각색의 과정은 녹록지가 않다. 모든 캐릭터들에게 특별한 성격을 부여하고, 과장되지 않은 범위에서 꿈과 환상을 심어 놓아야 한다. 그의 한 땀 한 땀 고민한 스토리텔링의 노하우가, 모든 작품들 속에 함께 녹아있다. 그리하여 다소 허황되고 어두운, 하지만 익숙했던 이야기들이 희망차고 납득할 만한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하자 사람들은 그에 열광한다. 과연 “꿈꿀 수 있다면, 실현도 가능하다(If you dream it, you can do it).” 월트 디즈니가 한 말이다.

월트 디즈니의 이야기 마을로 입장하다


슬쩍 보고 넘겼던 동화 속의 성, 요술 할머니의 작품인 줄로만 믿었던 신데렐라의 드레스. 마땅히 그곳에 존재하는 줄 알았던 ‘월트 디즈니 판 동화의 세상’이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손끝에서 이루어졌음을 깨닫는 순간, 동화 세상의 탄생은 마법보다 섬세하고 신화보다 오묘하다. 단순한 만화영화는 20세기 현대 예술의 산물로 탈바꿈했다. 애초에 한순간의 꿈과 추억을 경험하기 위해 전시회에 발을 디딘 관객들은, 전시장의 반 정도에 다다를 때 즈음이면 이미 아티스트들의 예술성에 경탄하고 있을 것이다. 전시관을 가득 채우고 있는 한 장 한 장의 그림들과, 캐릭터 구상, 스토리 스케치 등의 예술성과 전문성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단순한 만화영화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의 영원한 꿈과 희망의 상징이 된 이유이다.

 

동화 속에서 ‘예술’의 문을 두드리다



아티스트들의 작품에 마법처럼 매료되어 눈을 뗄 수 없다면, 꿈과 추억을 되찾고자 했던 애초의 전시 관람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 작품들 가득 담겨 있는 권선징악이라는 유치하지만 운명적인 구도와 스토리는 공주와 왕자의 사랑을 응원하고 마녀의 악행에 소리 지르던, 인어공주와 함께 ‘Under the Sea’를 합창하고 야수의 마지막 장미꽃에 마음 졸이던, 어릴 적 동심과 추억들을 새록새록 불러일으킨다. 모두가 푹 빠져 살던, 마법의 세상에 다시 한 번 입장할 수 있는 기회. 잠시 후, 피치 못하게 빠져나와야 할 그 세상을 잠시나마 만끽하는 행운의 마법에 빠져보자. 비비디 바비디 부.

 

다시 ‘마법의 세상’으로

editor's tip

1. 시간의 Key

전시 관람 순서는 30년대 디즈니의 단편 작품으로 시작해, 2011년 신작 라푼젤로 끝난다. 세월을 따라 변화하는 캐릭터들의 성격과 제작 방식의 발전 과정을 눈여겨보는 것도 큰 재미. 30년대 요조숙녀 백설공주와 2011년 출생 왈가닥 라푼젤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2. 디테일의 Key

월트 디즈니와 그의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절대 건성건성 넘겨보지 마라. 다시 한 번 눈을 크게 뜨고 유심히 작품을 살펴보라. 그들의 세세한 디테일에 놀라게 될 것이다. 동유럽 고성들에 대한 건축 지식과 일곱 난쟁이들의 키에 관한 비밀까지, 놀랍고 흥미로운 배경이 야무지게 깃들어 있다.

http://www.camhe.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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