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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펄떡펄떡 뛰는 상상력…늘어졌던 정신이 번쩍
개성·실력 겸비한 한국문학 기대주 구병모·조현 첫 소설집 발간
구병모 ‘고의는…’

자기중심성이 낳은 폭력

환상과 버무린 일상 잔혹사


조현 ‘누구에게나…’

문학·인문학·자연과학

틀·경계 넘어 종횡무진



개성적인 글쓰기, 독특한 상상력과 구성으로 한국문단의 지평을 넓혀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소설가 조현과 구병모의 첫 소설집이 나왔다. 데뷔 2, 3년차지만 일궈온 작품 하나하나가 첫 소설집답지 않게 묵직하다.

조현의 첫 소설집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민음사)는 저마다 다른 소재와 내용, 배경으로 마치 신문의 다양한 지면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우리 소설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지식과 정보의 영역에서 쓰이는 언어가 소설적 공간으로 넘어오면서 느끼는 이질적 언어 충격으로 모처럼 감각이 예민해진다.

표제작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는 햄버거라는 이름이 들어간 가상의 시집이 패스트푸드업계의 발전에 기여한 스토리다.

“드디어 2011년, 이른바 마이클 버거를 전 세계로 확대 보급하는 방안이 본사 차원에서 결정되었다. 이를 위해 본사의 품질관리 연구진은 마이클 버거의 증정품으로 납품되는 시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세계 각국 신진 시인의 이력사항 및 작품 경향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동시에 기성 시인의 작품을 대량으로 매집하기 시작했다.”

신문기사에서 흔히 만나는 어투 그대로다. 여기에 어울릴 성 싶지 않은 낯선 단어, 시인이란 말만 빼면 깜빡 속을 만하다.

또 다른 단편 ‘돌고래 왈츠’도 또 다른 보고서처럼 읽힌다.

“예를 들어 갑각류가 유일한 지성체인 어떤 행성에서 지구의 우아한 발레는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것이다. 그 행성은 지구에 비해 극심하게 중력이 높으며 따라서 발레의 파드샤 같은 스텝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유해하기까지 하다. 사실 동전 하나의 넓이에 수십킬로그램의 압력이 작용하는 그곳에는 도약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

작가는 종이 냅킨이 먼 미래 휴머노이드 문명의 인간 연구에 미친 영향을 학술논문 형식을 따라 그려내기도 하고, 영혼을 다루는 범우주적 존재인 소울마스터의 환상얘기를 풀어놓는가 하면, 실록의 한 구절에서 힌트를 얻어 지어낸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팩션까지 문학, 인문학, 자연과학을 넘나들며 자유분방한 글쓰기를 시도한다.

많은 지식과 정보, 그럴듯한 정보의 모양을 한 설명 등 진위 여부가 혼란스러울 정도지만 거기에 이 작품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내기, 순간순간 작품 속에 드러내는 작가의 진짜 마음을 찾아내는 건 이 소설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런 소설 쓰기는 작가의 말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의 일단을 ‘옛날 옛적 내가 초능력을 배울 때’에서 슬쩍 비친다. “관습화한 말은 일종의 편견이다.”

고현의 소설적 탐색은 결국 진실과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말, 진술의 방식의 실험이라 해야 할 듯하다.

구병모의 첫 소설집 ‘고의는 아니지만’(자음과모음)은 현실에선 일어나리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잔혹한 일상을 다룬다. 현실과 환상성을 절묘하게 엮어나가는 작가의 특유한 화법은 서늘하지만 끌린다.

‘타인의 탄생’은 만취해 깨어나 보니 하반신이 땅 속 주물에 갇혀버린 남자의 이야기다. 어떤 장비를 써도 그의 몸은 거기 박혀 빠져 나오지 않고 오히려 쇠붙이를 이루는 원자가 살아 움직이며 그의 몸 굴곡을 더욱 견고하게 조인다.

그는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죽기 직전 빠져 나올 수 있다고 여기며 실제로 시도하기도 한다. 대소변이 구차스러워 결국 물도 입에 대지 않게 된다. 그는 마지막까지 생각한다. 왜 나일까.

비유가 금지된 도시이야기인 ‘마치....같은 이야기’, 말 한 번 잘못했다 액사체가 된 유치원 교사 이야기 ‘고의는 아니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뜯어먹는 새떼 이야기 ‘조장기’, 아이의 칭얼거림을 참지 못해 아이를 세탁기에 집어넣는 여자이야기 ‘어떤 자장가’ 등 일상의 잔혹사가 끝없이 나열된다.

나 중심의 생각과 행동이 만들어내는 폭력, 그런 밋밋하고 무감각해진 일상의 모습을 마치 부조를 뜨듯 보여주는 섬뜩함이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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