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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의 밤 ‘황홀’로 물든다
빌 비올라, 김수자, 로빈 로드 등 한자리에서 접하기 힘든 세계적 명성의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하는 환상적인 미술제가 육상열기의 달구벌을 뜨겁게 달군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에 맞춰 공식후원사인 삼성전자는 ‘삼성미디어아트전:꿈-백야’전을 오는 28일부터 9월 3일까지(매일 밤 10시) 대구시청 광장에서 개최한다.

대구시가 후원하고, 숨(Suum)프로젝트가 기획한 이번 행사는 대구시청 벽면에 가로 39m, 세로 25m의 초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국내외 작가 16명의 작품 28점을 세 가지 버전으로 묶음 편집(총 90분)해 7일간 교차상영하게 된다. 일종의 ‘아웃도어 스크리닝’방식으로 시청 외벽을 다채롭게 장식하는 것. 참여작가는 박제성(Je Baak), 차오 페이(Cao Fei), 최선명(Sun-Myoung Choi), 숀 글래드웰 (Shaun Gladwell), 전준호(JeonJoonho), 정연두(Yeondoo Jung), 김수자(Kimsooja),이혜림(Hye Rim Lee), 이이남(Lee Lee Nam), 이용백(Yong-Baek Lee), 박준범(Junebum Park), 로빈 로드(Robin Rhode), 찰스 샌디슨(Charles Sandison), 신기운(Kiwoun Shin), 츠광유(TsuiKuang-yu), 빌 비올라(Bill Viola) 등이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여는 작품은 지난 2006년 베니스 라 페니체(Fenice)극장에서 호평리에 상영됐던 김수자의 ‘호흡:보이지 않는 거울/보이지 않는 바늘(To Breathe: Invisible Mirror/ Invisible Needle)’로 빛의 형성과 변화를 디지털 컬러스펙트럼으로 표현한 작업이다. 끝없이 변주되는 아름다운 색면추상을 보고 있노라면 관객들은 어느새 작가가 들려주는 들숨, 날숨소리에 홀연히 빨려들게 된다. 이는 곧 메타포로서 신체의 삶과 죽음을 의미한다.

이어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영감을 받아 빌 비올라가 제작한 ‘나이트 비질(Night Vigil,2005)’이 뒤를 잇는다. 현세에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위해 죽음을 선택한 한 남자가, 불 속에서 여인이 다가오는 듯한 환영을 보는 이 작품은 영원한 사랑을 꺼지지 않는 불 밝힘으로 표현했다. 인간 존재의 영적인 측면을 미디어 아트로 아름답게 빚어낸 작품이다.

2009 베니스비엔날레 호주관 대표작가였던 숀 그레드웰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과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사람의 모습을 슬로모션으로 보여준다. 격렬하고 빠른 행위가 마치 108배하듯 명상적으로 표현돼 흥미롭다. 


손가락 퍼포먼스와 그림자놀이를 통해 급변하는 중국사회의 정치, 환경, 문화적 주제를 우화적으로 해석해온 중국 작가 차오 페이는 신작 ‘쉐도우 라이프(Shadow Life, 2011)’를 출품했다. 또 현실에 꿰맞추듯 살아가야 하는 도시인의 번뇌를 느낄 수 있는 ‘흉내’도 선보인다.

남아공을 대표하는 작가로 2009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참가했던 로빈 로드(Robin Rhode)의 애니메이션 작품과,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만날 수 없는 형제의 모습을 3D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전준호의 ‘형제의 상(Statue of Brothers, 2007)’ 등 묵직한 이슈를 다룬 작품들도 상영된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여 중인 이용백의 작품 ‘부처와 예수 사이(2002)’, 동서양 고전명화를 디지털 기법으로 구현하는 이이남의 작품 ‘묵죽도’와 ‘인간 자연 순환’도 상영된다. 또 첨단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미디어 아트의 장르적 특성을 재기발랄하게 보여주는 최선명, 신기운의 근작도 소개된다.

젊은 작가들의 작업도 여럿 포함됐다. 축구경기를 담은 박제성의 영상작품 ‘Gong’에선 웬일인지 축구공이 보이지 않는다. 물질적인 것을 비워내는 불교의 ‘공(空)’사상과 맥을 같이한다. 자신이 창안한 ‘토키(TOKI)’라는 귀여운 캐릭터를 통해 현대여성의 외모 집착증과 정체성을 다뤄온 이혜림은 8개로 분해된 토키의 신체들이 각기 다른 향수병에 담긴 기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 기획과 큐레이팅을 맡은 이지윤 숨(SUUM) 대표는 “이번 특별전은 ‘꿈, 열정, 도전’이라는 슬로건 아래 선수들이 혼신을 쏟는 육상대회를 축하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을 오늘의 미술언어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몸의 퍼포먼스를 다룬 미디어작품을 집중적으로 포함시켜 선수들의 도전과, 미디어 작가들의 새로운 실험이 어우러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일주일간 대구의 밤 하늘을 예술과 상상력의 공기로 환하게 밝힐 작품들은 일반 극장에서의 영화 감상과는 또다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이 작품은 대구에 이어 삼성다이아몬드리그가 열리는 브뤼셀(9월), 동계청소년올림픽이 열리는 인스부르크(12월), 내년 런던올림픽에서 순회상영된다. 


<사진제공= 숨(Suum)>
이영란 선임기자/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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