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이저 화랑의 하나인 가나아트센터의 이호재(57ㆍ사진) 회장이 일본에서 환수해온 서예 탁본을 비롯해 조선시대 묵객들의 글씨 등을 지난 27일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 기증했다.

이 회장은 자신이 소장해온 ‘오가와 게이기치 컬렉션’과 조선시대 문인들의 묵적(墨跡) 등 74건 128점을 예술의전당에 기증했다.

이 가운데 한국의 고, 중세 금석문 탁본유물 29건 71점으로 이뤄진 ‘오가와 게이기치 컬렉션’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관리이자 고고학자로 한국역사 왜곡에 앞장섰던 오가와 게이기치(1882~1950) 주도로 채탁(採拓)돼 일본에 반출됐던 것이다. 이 회장은 조선시대 묵적 44건 54점도 기증했다. 서예작품 중에는 ‘조선전기 4대 명필’로 꼽히는 양사언의 행서를 비롯해 석봉(石峯) 한호와 허균의 서간집, 이황의 ‘선조유묵’ 등 희귀 필적이 다수 포함됐다.

이 회장은 “내가 갖고 있는 것보다 서예박물관에서 제대로 보관하고, 그 가치를 연구해 많은 이와 공유하는 게 훨씬 의미 있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은 기증받은 유물을 내년 9~12월 특별전을 통해 일괄 공개할 예정이다.

이영란 선임기자/ 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