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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란 기자의 art&아트> 일상을 채우는 ‘촘촘한 디자인’ 빛고을의 빛이 되다
2011 광주디자인비엔날레 10월 23일까지 52일간 대장정
中 아이웨이웨이 설치작품 ‘필드’등 44개국 133명 작가 132점 전시

구도심에 소형 건축물 ‘폴리 프로젝트’ …도시전체를 예술품으로 승화






오늘의 시대가 ‘디자인의 시대’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인, 심지어 지방자치단체까지도 모두 디자인을 목청껏 외치니 말이다. 20세기 들어 고루함을 벗는 ‘근대성’을 상징하던 디자인은 새 밀레니엄에 접어들며 새로운 정의가 필요해졌다. 디자인을 제품이나 공간을 세련되게 장식해주는 것쯤으로 여기는 좁은 사고 또한 수정이 필요하다.

‘2011 광주 디자인비엔날레’에 가면 디자인의 그 풍부한 결들과 놀라운 변주를 원 없이 음미할 수 있다. 즐겁고 신명 나는 해석과 발언이 흘러넘친다. 오는 10월 23일까지 52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디자인이, 디자인이면, 디자인이, 아니다-도가도 비상도(圖可圖 非常圖)’.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ㆍ길을 길이라 말하면 그것은 길이 아니다)’의 도(道)에 도(圖)를 슬쩍 대입한 승효상 총감독(건축가)은 “이번 비엔날레는 ‘이름’과 ‘장소’를 키워드로 삼았다”며 “모두가 알아모시는 ‘이름 있는 디자인’과 일상에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이름 없는 디자인’을 함께 주목했다”고 밝혔다. 또 “디자인에 있어 장소성의 의미도 짚어봤다”고 덧붙였다.

44개국에서 133명의 작가와 73개 기업이 제작한 총 132점의 출품작은 모두 4개의 전시장(비엔날레 시티)에 나뉘어 설치됐다. 즉 ▷클러스터 시티 ▷네트워크 시티 ▷랜드스크립트 시티 ▷그리드 시티가 그것.

비엔날레관 앞마당에는 승 감독과 함께 공동 감독을 맡았던 중국 작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ㆍ54)의 초대형 설치작품 ‘필드’가 놓여 있다. 중국 전통도자기의 상징인 ‘청화백자’의 당초문 도자기로 공사장 비계를 꾸민 작품이다. 전통과 현대를 가로지르는 장중한 실험이 압도적이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파는 건강음료 77종을 수거해 이를 혼합한 음료 앰풀을 관람객에게 나눠주는 퍼포먼스 설치작업 ‘에너지’(박미나 사사(44) 팀),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에 딱 제격인 친환경 자전거 보관시설 ‘바이크 행어’(안지용 & 이상화) 등 참신한 작업도 눈길을 끈다. 

‘이 시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화두로 내건 ‘4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성황리에 개막됐다. 지구촌 내로라하는 건축 거장이 참여하는 데다‘ 놓쳐선 안 될 획기적인 작품들’이 많아 해외에서도 관심이 줄을 잇는 축제를 승효상(가운데) 총감독이 큐레이터들과 돌아보고 있다.
자동차 및 패션디자인의 본질을 오브제를 통해 찾아본 ‘유나이티드 누드’(네덜란드).
                                                                                            광주=안훈기자/roesdale@heraldcorp.com

해외 작가들의 작업 또한 무릎을 치게 하는 기발한 작업이 여럿이다. 길이 30m에 이르는 긴 벽에 각 종목 운동선수의 다양한 체형을 실감 나게 보여주는 ‘운동선수 신체 디자인’은 선수들의 훈련 방식과 식단이 함께 공개돼 경이감을 준다. 최초의 ‘제로 에너지’ 마을을 소개한 ‘슬레이브 시티’와 다양한 사제 폭탄의 제작법을 세밀하게 소개한 ‘급조 폭발물 장비’, 비영리단체인 독일 데저텍재단의 ‘대륙 횡단 에너지 망’ 등은 디자인이 꼭 예쁜 형상만 만드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올해 디자인비엔날레에는 광주시 금남로 등 구도심에 예술적인 소형 건축물을 짓는 광주 폴리(Folly) 프로젝트가 추진돼 화제를 모았다. 후안 헤레로스, 플로리안 베이겔, 나데르 테라니,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 조성룡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옛 광주읍 성터를 중심으로 10곳에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지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이화여대 캠퍼스 콤플렉스를 설계한 도미니크 페로는 광주 구시청사거리에 한국 고건축의 기둥과 누각, 처마를 차용한 ‘Tne Open Box’를 설치했고, 요코하마 국제여객터미널로 널리 알려진 알렉한드로 자에라 폴로는 금남로공원에 ‘유동성 조절’이라는 작품으로 5ㆍ18 민중항쟁 현장을 현대의 삶의 공간과 연결시켰다. 스페인 출신의 후안 헤레로스는 장동사거리에 조명과 음향, 난방, 와이파이(WiFi) 기능이 탑재된 구조물 ‘소통의 오두막’을 선보여 지루한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승 감독은 “폴리는 작은 시설물이지만, 주변의 문화적 생성을 촉진하고 연관 기능을 지속적으로 유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란 선임기자/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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