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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모사피엔스 ‘위험한 지배’는 계속될까
생태·기후학서 국제정치까지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

문화적 진화로 種의 지배 설명


폭넓은 주제 개론·축약적 서술

육식을 줄여야 하는 이유 등

인류문제 큰 그림으로 풀어내





환경 파괴의 주범, 위협받는 생태와 관련한 경고는 우리 주위에 넘쳐난다. 기후온난화, 토양오염, 식량위기, 종 다양성의 파괴 등 우리가 거리낌 없이 소비할 때 한쪽에서 벌어지는 ‘불편한 진실’에 대한 얘기에 이제 더는 크게 놀라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부부인 폴 에얼릭과 앤 에얼릭의 ‘진화의 종말’(부키)은 빙하가 녹아내려 북금곰이 사라지고 대량으로 재배되고 길러지는 먹거리로 인한 식탁이 위협받는 등 어느 한 현상을 집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대신 우리의 길고 오랜 종의 역사 위에서 생태환경문제를 들여다본다. 즉 인류, 호모사피엔스 종이 앞으로도 지구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인가다.

‘The Dominant Animal(지배하는 동물)’이란 원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한마디로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이 어떻게 다른 종과 갈라지며 뛰어난 지배 종으로 발전해왔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환경과 상호작용을 벌여왔으며, 그 결과 지구는 어떤 상태에 놓이게 되었는지 진화론에서 시작해 생태학, 기후학, 인구학, 국제정치에 이르는 광범위한 스펙트럼으로 보여준다.

폭넓은 주제를 다루다 보니 개론적이며, 기존 지식의 축약적 성격이 있지만 이 책의 장점은 현재 인류의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들이 어떻게 상호연결되고 맥락을 갖고 있는지를 하나의 그림속에서 위치지어주는 데 있다.

저자는 먼저 진화론의 계보와 다양한 담론들을 살핀다.

네안데르탈인과 도구를 사용한 호모하빌리스, 호모사피엔스의 아프리카 엑서더스, 이들의 초기 인류 대체, 새로운 지역으로의 분산을 거쳐 약 5만년 전에는 ‘대약진’이라 부르는 문화적 혁명이 일어나며 인류는 지배적 지위로 도약한다.

저자의 새로운 관점은 문화적 진화로 인류의 종의 지배를 설명한 데 있다. 자연선택적 유전적 진화와 함께 주변 생태계,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문화적 진화 덕분에 지배적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한데 결합해 과학발전을 이뤘고 그 덕분에 보다 강력한 기술을 만들어 지배적 위치를 획득한 것으로 본다.

저자의 탁월한 통찰은 인종적, 종교, 지역 문제 등 흔히 말하는 문화ㆍ문명적 차이도 생물학적 진화와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유전학적, 문화적 진화는 서로 별개가 아니며 우리 모두는 종의 진화의 연속선 상에 함께 한 점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총 16장 중 6장까지 진화와 인류의 문화적 진화를 다뤘다면, 나머지 장은 인구, 역사, 생태, 기후, 소비, 에너지, 정치체계 등을 통해 인류가 지배적인 종으로 지속하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제시한다.

생태환경은 복잡하다. 저자는 생물자원, 에너지, 먹이사슬, 기후, 토양 등을 통해 생물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보여준다. 인간이 육식을 줄여야 하는 이유는 에너지와 기후 온난화 측면에서도 절실하다. 가장 바람직한 방식은 에너지를 줄이는 풀, 곡식 단계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토양의 파괴, 지하수의 과잉개발도 문제다. 농업전문가들은 21세기 중반 전 세계 식량은 약 40%가 정도의 사람만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개도국 신소비층의 육류소비 증가 탓이다. 작은 생태계의 파괴는 지구생태계 파괴의 전조로 읽힌다. 1990년대까지 노르웨이와 스웨덴에서는 산성 강수 때문에 9만개의 호수 가운데 거의 2만개가 죽은 호수로 변했다. 양서류 개체군의 감소는 조류 개체군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저자의 독특한 관점은 역사 역시 호모사피엔스가 자연의 강자로 자리잡게 되는 문화적 진화의 과정으로 본데 있다.

생물학적, 문화적 진화를 날실과 씨실로 삼은 저자의 그물망은 인류의 현재의 문제를 빠짐없이 걸러내면서 모두 같은 배를 탔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다.

이제 모든 문제는 윤리적인 일로 귀결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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