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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체류 노동자·임시직 직원…고단한 삶 털고 새 희망을 널다
교과서에 실린 뮤지컬 ‘빨래’
“내 이름은 솔롱고스. ‘무지개’라는 뜻이에요. 몽골 사람들은 한국을 솔롱고스라고 부르죠.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나라. 무지개처럼 꿈을 좇아 여기까지 왔어요.”(솔롱고의 테마곡 ‘내 이름은 솔롱고’ 중)

“슬플 땐 빨래를 해.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시간이 흘러 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슬픈 네 눈물도 마를 거야. 힘을 내.”(메인 테마곡 ‘슬플 땐 빨래를 해’ 중)

이 작품, 알려질 대로 알려진 인기 뮤지컬이다. 지난 2005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30만 관객이 봤다. 처음 보는 관객도 있지만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는 이들도 많다.

창작 뮤지컬 ‘빨래’가 작품성을 인정받아 대본 일부가 내년 중ㆍ고교 교과서에 등재된다. 극 중 ‘내 이름은 솔롱고’ ‘빨래’ 등의 노래가 흐르는 장면이 내년 ‘중학교 국어 3-1’(대교출판사)과 ‘고등학교 문학 1’(창비출판사)에 나란히 실린다.


‘빨래’는 임시직 서점 직원 ‘나영’과 몽골인 이주노동자 ‘솔롱고’의 고단한 서울살이를 따스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린 창작 뮤지컬이다. 몽골과 필리핀에서 온 노동자, 강원도 산골에서 상경한 사회 초년생, 반신불수의 딸을 뒷바라지하는 할머니 등 한국 사회의 약자들은 모두 등장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사회 약자들의 슬픔과 좌절을 희망으로 도출하는 미덕을 지녔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불법 체류노동자’라는 이유로 상사의 욕설과 폭행을 다 받아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 상사의 부당해고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루한 현실을 소재로 하면서도, 착한 사람들의 반짝이는 희망을 그렸다. 슬플 땐 빨래를 하자며 눈물을 훔치고, 몽골 청년이 희망의 무지개를 노래하는 장면은 극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제작사의 이지호 대표는 교과서편찬위원들의 멘트를 인용해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희망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학생들이 꼭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창작 뮤지컬 ‘빨래’는 지난 7일부터 서울 동숭동 대학로 학전그린 소극장에서 ‘시즌 10’ 공연에 돌입해 내년 2월 26일까지 무대를 이어간다. (02)928-3362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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