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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타는 최고 악기…내게 행복을 주는 나무”
늦가을 잇단 기타콘서트…이병우·日 나오미 앤 고로 인터뷰
어쿠스틱 기타는

잔잔한 자연음색 닮아 매력적

무표정한 전자음과 비교 안돼


나직한 창법의 보사노바

기타 하나면 어디든 공연장




한동안 전 세계를 지배했던 전자음의 시대가 저물고, 그 자체로 울림과 결이 있는 어쿠스틱 사운드가 각광받고 있다.

어쿠스틱(acoustic)은 전자 장치를 쓰지 않은 악기 또는 그 악기의 소리를 뜻한다. 칼로 제단한 듯 정확한 디지털 사운드와 달리, 숨결이 살아있는 음악이다. 어쿠스틱하면 기타를 빼놓을 수 없다. 6개의 줄과 공명통이 빚어내는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와 유독 잘 어울린다. 이 같은 매력 때문인지, 기타는 한때의 유행을 떠나 음악인들의 필수품이 됐다. 국내서는 10cm(십센치)를 필두로, 장재인, 김지수와 같은 ‘어쿠스틱 샛별’이 등장했고, 해외에서도 제이슨 므라즈, 킹스오브 컨비니언스 등 기타 하나로 음악을 만드는 싱어송라이터들이 각광받고 있다.

국내 어쿠스틱 음악의 대표주자 기타리스트 이병우, 그리고 CF음악으로 익숙한 일본의 기타 듀오 나오미 앤 고로를 각각 인터뷰했다.

▶이병우 “기타는 최고의 악기…어쿠스틱으로 회귀”

영화음악가이자 기타리스트 이병우(46ㆍ성신여대 교수)가 12, 13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이병우 기타콘서트’를 펼친다. 이번 공연은 기타와 어울리는 보컬리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무대. 후배 가수 정재형, 루시드폴, 성시경이 게스트로 나서 이병우의 기타와 호흡을 맞춘다.

그동안 ‘왕의 남자’, ‘괴물’ 등의 영화음악을 만들어 영화음악계의 거장으로도 불린다. 그의 음악은 가사도 없는 기타 연주곡이 대부분이지만, 기타 하나만으로도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아이돌 스타의 공연도 아니고, 그렇다고 얼굴이 널리 알려진 음악인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기타 사운드에 빠져드는 관객층이 늘고 있는 것은 어쿠스틱 음악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한다.

그의 장기는 감미로운 선율의 기타 연주. 기타를 빼면 이병우를 논할 수 없다. “비유하자면 기타는 제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고요. 행복을 주는 나무입니다. 얼마나 기타가 좋으면, 기타바(Guitar Barㆍ공명통이 없는 기타)를 만들었겠어요. 밥 먹을 때도, TV 볼 때도, 대화할 때도 항상 기타와 함께합니다.”


요즘 기타 붐에 대해 실감하느냐는 질문에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 느껴진다”고 했다. “저는 항상 기타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잘 모르는데, 어린 학생들이 기타 매고 다니는거 보면 참 좋아요. 내가 예전에 좋아했던 그 매력 때문에, 사람들이 기타를 좋아하겠지 싶죠.”

그는 기타의 대중적인 인기가 “한때의 유행이 아닌, 기타 본연의 매력에서 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타는 최고의 악기예요. 상대적으로 싼 가격대라, 시작할 때 부담없이 접할 수 있어요. 화음도 넣을 수 있고, 디지털 시대에 들을 수 없는 내추럴 사운드(natural sound)가 심금을 울리죠. ”

사실 2000년대 초반부터 음악계에도 디지털 사운드가 각광받아 왔다. 지금도 일렉트로닉 음악은 세계 팝시장의 거대한 조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전자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어쿠스틱 사운드가 각광받고 있다. “어쿠스틱으로의 회귀”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전자 악기는 소리가 정확한 게 장점이죠. 하지만 전자음의 표정은 무표정해요. 무표정의 매력도 있지만, 늘 똑같으니 쉽게 질리죠. 한동안 사람들이 그 매력에 혹했다가 다시 어쿠스틱으로 회귀하고 있는거죠.”

그는 “어쿠스틱 사운드는 큰 울림 속에 다양한 음색이 뒤섞인다. 자연스럽게 금속성, 플라스틱 소리가 매치되고, 손가락이 찍찍 왔다갔다하면서 내는 결의 소리가 매력”이라며 “우리가 한동안 잊어버렸던 음색을 다시 좋아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나오미 앤 고로 “기타와 목소리 사이, 자연스러운 울림이 매력”

때마침 일본의 보사노바 듀오 나오미 앤 고로의 콘서트도 지난 7일 열렸다. 사실 보사노바는 한국에서 별로 알려지지 않은 장르의 음악. 브라질 음악인 삼바에 모던재즈가 결합된 장르를 칭한다. 주로 CF음악에 삽입돼온 잔잔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음악으로, 아름다운 선율과 귓가에 나직이듯 편안하게 부르는 창법이 특징이다.

무대 위에 필요한 것도 기타와 마이크뿐. 어떤 장치도 필요없다. 두 사람은 오로지 기타 한 대와 목소리만으로 꽉찬 어쿠스틱 사운드를 들려준다.

공연 전 만난 나오미 앤 고로는 보사노바의 매력으로 “손쉽게 기타와 목소리만 있어도 할 수 있는 음악(고로)”이며, “마음을 릴랙스(relax)할 수 있는 편안함이 매력인 장르(나오미)”라고 표현했다.


이들 공연은 기타 한 대와 목소리면 충분했다. 전자음의 확성 없이 자연스러운 떨림이 담긴 목소리와 기타 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고로 씨는 “기타가 있으면 집에서도 음악이 되고, 라이브 카페가 아니어도 어디서든 음악이 가능하다”며 기타의 매력을 전했다. 나오미 씨는 어쿠스틱 음악의 매력으로 “어쿠스틱은 기타와 사람의 목소리만 있는데, 디지털 음악은 그 사이 많은 음악이 끼어 있다. 기타하고 노래 사이에 흐르는 자연스러움이 어쿠스틱 음악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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